미국프로농구(NBA)의 주요팬인 청소년들은 이제 혀를 내밀고 다니기보다는 ‘마술사 스티커’를 몸에 붙이고 다닌다.
혀를 내밀고 에어덩크를 즐겨하던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떠난 NBA에 마술사 문신을 한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팀 던컨(23·2m13)이 새로운 ‘지존’으로 등장했기 때문.
던컨은 지난시즌 데뷔 2년 만에 소속팀 샌안토니오를 챔피언에 등극시키며 챔피언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챔피언전 MVP는 91년부터 지난해까지 조던이 6번을 차지했고 조던이 ‘야구외도’를 하던 94∼95년에만‘흑표범’ 하킴 올라주원이잠시머물렀던자리.
던컨은 올시즌에도 경기당 평균 23득점과 13리바운드 이상을 올리며 팀이 서부컨퍼런스 중서부지구 단독선두를 질주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렇다고 던컨이 아직 완전히 조던의 후계자가 된 것은 아니다. NBA 흥행을 책임져야 하는 사무국이 던컨을 썩 마음내켜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던컨은 지난해 37경기에서 ‘더블―더블(두자릿수 득점―리바운드)’을 기록하며 이 부문 1위, 올시즌도 경기당 23.2점 리바운드 13.3개를 기록하며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조던과 같은 카리스마가 없는 게 결정적 약점.
서인도제도의 버진아일랜드 태생인 던컨은 지금도 뉴욕같은 시끄러운 도시가 체질상 싫고 이것이 그가 텍사스주의 한적한 도시 샌안토니오에서 뛰는 이유라고 밝힐 정도로 내성적이다.
NBA 사무국은 내심 2년연속 득점왕을 노리던 앨런 아이버슨(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을 조던의 후계자로 내세우려 했다.
하지만 이도 이제 물거품이 됐다.
아이버슨이 지난달 24일 던컨이 이끄는 샌안토니오와 경기를 하다 오른쪽 엄지 골절상을 입는 부상으로 팀의 23경기 중 13경기에만 출전, 올시즌 활약은 이미 물건너 갔다.
NBA는 이제 마술사문신 외에 사무라이칼을 모으는 별난 구석이 많은 심리학도(던컨은 웨이크포리스트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에게 흥행의 운명을 맡길 수 밖에 없게 됐다.
〈전 창기자〉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