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몇 가지 습관’이란 부제가 어울릴 MBC 다큐멘터리 ‘성공시대’(일 밤10·35)가 19일 방송 100회를 맞는다.
97년 11월말 IMF 체제가 시작되면서 ‘극도로 위축된 시청자들의 기를 살려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성공시대’는 그동안 사회 전반의 유력 인사들의 성공담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보여주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재연(再演)기법과 실제 인터뷰를 번갈아 사용하며 에피소드 속에서 ‘성공을 위한 습관’을 끄집어냈다.
심야시간대 교양프로그램이지만 방송 초기(20% 내외)부터 지금까지(15% 내외) 안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이런 ‘묘수풀이’식 포맷이 주효했기 때문이란 분석.
하지만 ‘성공시대’는 이런 호응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있는 인물을 출연자로 선정하거나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원칙적인 덕목을 ‘성공 요인’으로 제시해 비판받아온 것도 사실. 자사(MBC) 옴부즈맨 프로그램 ‘TV 속의 TV’에서도 ‘경찰청 사람들’ ‘보고 또 보고’ 등과 함께 자주 도마에 올랐던 프로그램이다.
그 중 하나는 출연자의 선정 기준이 지나치게 ‘세속적’이라는 점.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99명 중 30명을 창업주나 기업체 사장으로 꼽았다. 게다가 이 중에는 방송 직후 부도를 내거나(거평그룹 나승렬회장) 비리혐의에 연루된 인물(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박상희회장)이 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애매한 성공요인 분석은 가장 비판을 많이 받은 대목이다. 에피소드는 재미있는데 거기서 ‘추출’하는 덕목은 대개 ‘최선을 다하자’ ‘한 우물만 파자’류다.
지난주(12일) 방송분에 나온 김욱 ㈜아가방대표의 경우에도 ‘한눈 팔지 말자’는 식의 교훈을 들려주는 데 그쳤다. 이는 제작진의 가장 큰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기획자인 서정창 책임프로듀서(CP)는 “에피소드는 각기 다르지만 결국 덕목은 몇 가지로 압축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실제 정주영 명예회장이나 홈런왕 이승엽의 성공 요인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CP는 “앞으로는 성공기준을 지금과 달리 보다 대중에 맞춰 ‘튀는’ 성공요인을 뽑아내겠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