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없는 산업’ 관광은 21세기에 큰 기대를 모으는 산업분야. 98년 한국은 IMF체제 아래 38억6410만달러의 관광수지 흑자를 냈으며 올 들어 9월까지 17억7260만달러 흑자를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2000년 아시아유럽미팅(ASEM), 2002년 월드컵대회는 한국이 관광인프라를 구축할 좋은 계기다. 한국언론재단 지원으로 해외 현지취재한 ‘제4의 산업 관광, 세계가 뛰고 있다’ 시리즈를 통해 관광선진국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 본다.》
크리스마스를 2주 앞둔 지난 주말 싱가포르. 쇼핑센터가 즐비한 오차드로드는 크리스마스전등으로 화려하게 장식됐다. 라플스호텔 건너 길가의 높이 15m짜리 크리스마스 트리 주변에는 날리는 비누방울 아래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붐볐다. 다카시마야쇼핑센터 앞 광장도 때아닌 사자춤경연대회로 떠들석했다.
이 시간 싱가포르강변 클라크키의 노천식당가도 마찬가지였다. 런던 파리 로마에서 온 거리악사와 놀이꾼이 곳곳에서 거리쇼를 펼치고 있다. 구경꾼중 절반이상은 관광객.
이런 이벤트가 하루도 끊이지 않는 싱가포르.올해는 더하다. 밀레니엄 관광특수를 겨냥한 마케팅전략 덕분이다. 밀레니엄 행사 ‘밀레니아마니아’는 15개월간(6월∼내년 8월) 계속된다.
그 사령탑은 싱가포르관광청.(STB,Singapore Tourism Board). 싱가포르는 95년 714만명의 해외여행자를 유치, 세계 23위(수입면에서는 11위)의 관광대국에 올라선 나라다. 98년 관광청 예산은 세계 6위, 관광마케팅예산은 세계 1위였다. 또 98년 국제회의 컨벤션유치 분야에서 세계6위(아시아1위)를 차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최대관광국가가 됐다.
싱가포르의 관광전략은 공격적이다. 이들은 창이공항에서 항공기만 바꿔타는 트랜짓승객마저도 놓치지 않는다. 무료 시내관광버스에 태워 단 1달러라도 싱가포르에서 쓰고 가도록 한다. 사향길에 들어선 동물원도 ‘달러박스’로 만들었다. 야행성동물을 한밤중에 둘러보는 ‘나이트사파리’는 전세계 유일하다.해외투자도 주저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와 합작투자한 빈탄섬리조트가 대표적인 사례. 말레이시아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민족사회를 화합으로 이끈 리콴유 전수상의 정치력도 훌륭하지만 이런 다양함을 자원화해 관광달러 수입원으로 활용한 STB 또한 칭찬할 만하다.
싱가포르에서 관광부문은 98년 전체 외환수입의 5%(110억 싱가포르달러)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산업.싱가포르는 △관광산업의 성장잠재력이 어떤 산업보다 크고 △2000년대 아태지역이 세계관광의 핵심으로 부상할 것(세계관광기구 분석)으로 보고 21세기에는 관광산업을 더더욱 발전시킬 계획. 그 목표는 ‘세계관광의 수도’다.
이같은 야심찬 계획은 싱가포르관광청이 95년 발표한 ‘관광21’리포트에 나와있다.전략은 ‘국경 없는 싱가포르’(‘Unlimited’ Singapore). 더불어 △세계관광산업의 센터이며 △아태지역 관광의 주축(hub)이 되겠다는 것.
당시 탄친남 국가관광산업발전위원회 위원장은 보고서를 통해 “세계자본의 수도하면 런던과 뉴욕, 패션의 수도하면 파리와 밀라노를 연상하듯 21세기에 관광의 수도하면 싱가포르를 연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빈탄리조트(싱가포르자본+인도네시아자원)처럼 앞으로 미얀마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에도 각국 정부와 손잡고 개발, 싱가포르를 중심축으로 범아시아 관광권역을 형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장기전략에 대해 실현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지난 15년간 싱가포르가 견지해온 정책과정이 어떤 과정을 통해 수립됐는지를 알고 나면 기우임을 깨닫는다. ‘관광21’전략을 통해 세계관광의 수도가 될 것임을 믿게 된다. 우리가 배울 점은 바로 이부분,그들의 저력이다.
그같은 저력은 84년 발간된 ‘관광태스크포스 보고서’(Report of The Tourism Task Force·84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이 보고서는 관광청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외래관광객이 감소(82년)하자 대안을 찾기 위해 만든 것. 놀라운 것은 이 보고서에서 제안된 대책이 지난 15년간 싱가포르 관광분야에서 거의 완벽하게 실현됐고 그것이 15년간 관광정책의 ‘바이블’이 되었다는 점.
한국의 관광산업도 2차대전후 독립한 신생국과 비교할 때 일찍 시작된 편이다. 62년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이미 관광은 달러박스산업으로 채택됐다. 70년대 초반에는 제주도를 라스베이거스 같은 국제카지노타운으로 만들자는 계획이 검토된 적도 있다. 그러나 관광을 산업적으로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86년 아시아경기대회 88년 올림픽대회가 최대 호기였지만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늦었다는 사실을 알 때가 가장 빠른 때.싱가포르의 관광정책을 눈여겨 보고 한국을 우리도 장차 관광대국으로 성장시킬 조직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청사진을 마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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