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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20세기/로봇]반란을 꿈꾸는 노예

입력 | 1999-12-16 19:27:00


번쩍이는 무쇠옷의 막강한 생명체, 로봇. 그들은 20세기의 영화를 통해 태어났다. 그러나 100년 후, 20세기의 영화사를 정리할 주체는 바로 그들이 아닐까? 그 때는 로봇들이 인간들로부터 지상의 지배권을 완전히 빼앗은 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로봇 영화학자들은 향수에 젖은 채, 비참했던 지난 세기를 기억할런지도 모른다.

▼반란을 꿈꾸는 노예▼

―먼저 ‘메트로폴리스’(24년)의 마리아, 왜 로봇들은 항상 반란을 꿈꿀까?

“그건 ‘로봇’이란 말이 처음 등장한 19세기의 희곡 ‘R.U.R’에서부터였지. 인간은 로봇에게 자신을 닮은 모습과 능력을 주고도, 자신만큼의 권리는 주지 않으려고 했어. 로봇은 인간의 노예일 뿐이었지. 내가 태어난 ‘메트로폴리스’에서 난 노예처럼 혹사당하던 지하 세계의 노동자들을 선동해 폭동을 일으키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어. 그처럼 로봇은 불순한 사상에 물든 노동자의 상징이었던 거야.”

▼어린이에 희망준 친구▼

―그런 면에서 아톰,당신은 매우 특이한 존재야.당신은 어린이들의 친구가 아닌가?

“난 2차대전 직후(52년) 일본에서 태어났어. 그 때 일본은 선진 과학기술로 무장한 서구에 패배했다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고, 난 그 반성의 결과물로 나왔어. 로봇을 친구로 삼은 일본 어린이들은 과학기술을 친근하게 받아들이게 됐고, 그 결과 첨단산업이 크게 발전했지. 과거의 일본은 핵폭탄으로 패배했지만, 새로운 일본(아톰)은 핵융합 심장의 도움으로 미래로 날아갈 수 있었던 거야.”

―알투(R2D2)와 쓰리피오(C3PO), 서구에서 당신들만큼 유명한 로봇은 없을텐데….

“맞아. 97년 영국잡지 ‘더 페이스’가 유명인에 대한 인지도 조사를 했더니 영국인의 89%가 R2D2를 안다고 대답했더군. 아마 서구 영화사에 우리처럼 귀여운 로봇이 없었다는 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우리가 탄생한 ‘스타워즈’(77년)가 21세기에도 계속될 것이니 그 인기는 계속될 거야. 호홋∼”

―‘블레이드 러너’(82년)의 리플리컨트, 당신들은 ‘가장 심각한 로봇’으로 꼽힐만 하겠는데.

“우리가 인간보다 우월한 지적 신체적 능력을 가졌지만, 로봇이라는 이유만으로 가혹한 환경의 외계 혹성으로 보내졌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겠지. 우린 아버지를 찾아갔던 거야. 왜 우리를 낳아놓고는 그토록 무책임했느냐는 거였지. 인간들이 신에 대해 느끼는 콤플렉스를 우리 사이보그는 인간들에게 느끼고 있는지 몰라.”

―기계의 편에서 인간의 편으로 귀화한 ‘터미네이터’(84년)는 생각이 다르지 않을까?

“바보 같은 짓이었어.로봇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행위였지!… 하하, 놀랐나? 난 터미네이터로 변신한 액체금속 로봇 ‘T―1000’이야!”

이명석(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