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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먼지·환경파괴… 용인은 지금 '생지옥'

입력 | 1999-12-16 19:27:00


“흙먼지 때문에 방에는 흙이 쌓이고 베란다에는 빨래도 널 수 없어요. 새벽공사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용인은 지금 사람이 살 곳이 못돼요.”

수천 가구의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경기 용인시 수지읍.

이 지역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43번 국도 주변은 공사장에서 날아든 흙먼지로 맑은 날에도 안개가 낀 것처럼 시계(視界)가 불투명하다. 소음도 환경기준치를 넘고 인근도로는 늘 난폭운전을 일삼는 공사차량들로 혼잡하다.

명당으로 꼽히던 용인은 지금 계속되는 아파트 공사 때문에 한마디로 ‘생지옥’으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용인지역에는 2005년까지 6만여 가구가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어서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 실태 ▼

수지읍 성복리 LG아파트 공사현장 인근에 살고 있는 임모씨(31)는 12일 새벽 공사장 소음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

임씨는 LG측에 공사중지를 요청했지만 밤이나 이른 아침에도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임씨는 용인시에도 대책을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는 상황.

상당수 주민은 소음 분진 교통난 등으로 인한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음식점이나 식료품점 등은 매출까지 급감해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사장 흙먼지 때문에 기관지염을 호소하는 주민이 적지 않다. 건축과정에서 생긴 폐수와 폐자재가 인근 농지로 흘러 들어가 농작물 생산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 환경훼손 ▼

용인시가 자연녹지지역에 무차별적으로 개발을 승인해 줘 공사과정에서 수십년된 나무들이 불법으로 잘려나가는 등 환경훼손도 심각하다.

최근에는 30∼50년 된 소나무 1만 그루가 있는 수지읍 풍덕천리 동문아파트 주변 임야에 삼성중공업이 고급빌라를 신축하면서 나무 수백 그루가 베어졌다.

수지녹지보존대책위원회측은 “용인시는 녹지훼손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업자들의 이익만 챙겨주고 있다”며 “주민의 힘을 모아 건설 업체들의 무차별적인 환경파괴에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책 ▼

아파트 신축에 따른 주민들의 민원은 올한해 1000건을 넘을 정도. 그런데도 용인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용인시 민원담당자는 “한 사람에게 수십건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어 접수하는 것만도 힘들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국토연구원의 박재길연구원은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개발지역을 도시계획 용도지역으로 지정하고 철저히 관리하면 개발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