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朴柱宣)전청와대 법무비서관의 형사처벌 여부를 놓고 노출된 검찰수뇌부와 수사팀간의 갈등은 검찰의 장래를 위해 가볍게 볼 수 없는 사태다.
박씨에 대한 사법처리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 자칫하면 올들어 두번째의 검찰파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검찰의 ‘바로 서기’가 참으로 험난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절감하게 된다. 사직동팀 문서유출사건 수사의 대변인 역할을 해온 이종왕(李鍾旺)대검수사기획관의 사의(辭意)소동은 일단 진화됐지만 여진(餘震)이 주시되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검찰수뇌부 또는 수사팀 어느 쪽이 옳으냐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겉으로 드러난 바로는 그동안 확보된 관련자의 진술이나 물적 증거의 가치판단에 관한 의견차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수뇌부는 열쇠를 쥐고있는 김태정(金泰政)전법무장관이 침묵하고 있는 마당에 보다 신중히 수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쪽인 반면 수사팀은 현재 상태로도 박전비서관을 충분히 사법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인 듯하다. 양쪽이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혹시라도 박전비서관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져올 정치적 파장을 의식해 수사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가 검찰수뇌부에 개재돼 있다면 큰 문제다. 현재 분명한 것은 검찰이 권위를 회복하느냐 못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절박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할 때에만 박전비서관에 대한 처리문제도 바른 해답을 얻을 수 있다.
검찰이 만의 하나라도 조직이기주의 또는 정치적 이유로 진실을 회피하려 든다면 다시 한번 큰 후환을 불러올 것이다. 특히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은 ‘원칙과 기본이 바로 선 검찰’이라는 자신의 방침에 충실하기 바란다. 박총장 스스로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다짐했듯이 정확한 진상규명과 가감없는 발표, 엄정한 처리야말로 검찰을 살리는 첫걸음이다.
이종왕수사기획관이 취한 태도에는 검찰의 바로 서기를 여망하는 다수 검사들의 뜻을 대변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옷로비의혹사건 파업유도의혹사건 등 검찰 자신이 연루된 사건들을 잘못 처리함으로써 만신창이가 된 검찰을 어떻게든 살려 보려는 충정이 담겨있는 게 아닐까. 검찰수뇌부는 수사검사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조직 내부에서 합리적 결론을 내릴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옷사건은 밍크코트 로비의 실체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이미 ‘거짓말 사건’으로 확대됐다. 그런 와중에 검찰조직 상하간의 갈등문제로까지 비화한 것이다. 검찰이 새로 태어나려는 진통의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검찰 상하간의 정상적 관계와 수뇌부의 현명한 처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