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스의 손’이 온다.
‘인터넷의 황제’로 불리는 손정의(孫正義·일본명 마사요시 손·43)일본소프트뱅크사장이 조너선 애프스타인 전략기획실장 등 최고 핵심참모와 함께 우리나라를 찾는다.
평소 혼자 해외출장을 다니던 것을 고려할 때 이번 방한의 ‘무게’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 수천억원대 투자할듯 ▼
그는 이번 방한기간에 미국 일본 한국을 잇는 21세기 ‘인터넷 태평양연합전선’의 구상을 완성할 예정. 전세계 780개 인터넷기업을 10년 내에 인수, 거대한 ‘인터넷 제국’을 세우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손사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인터넷산업 사상 최대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투자규모는 아직 베일에 가려있다.
손사장은 일본소프트뱅크를 통해 이미 일본에 2000억엔대의 벤처펀드를 설립,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중이다.
▼ 지분참여방식 위주 ▼
한국내 투자는 나래이동통신과 공동설립하는 소프트뱅크홀딩스코리아(SBHK)를 통해 이뤄진다. SBHK는 향후 3년간 100개 인터넷기업에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잠정 확정했지만 1,2년 내에 큰 투자수익을 거둘 경우 투자대상은 50여개로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투자금은 손사장과 나래이통이 출자한 자본금이 주축.
한 관계자는 “손사장이 보유한 야후저팬의 매출규모는 120억달러로 이미 일본 내 대형 방송3사를 합한 것보다 크다”며 “출자금 조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식 ‘투자조합’을 이용한 아웃소싱도 검토중이다. 21일 조찬강연에 국내 20여개 벤처캐피털 사장단이 초청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투자대상은 우선 인터넷과 관련된 증권, 금융 전자상거래 포털사이트 등이 유력하다. 유무선 통신회사와 PC제조업체 등 인터넷 인프라관련 기업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옥석(玉石)’은 철저히 가린다는 방침. 한 관계자는 “투자는 후원이 아니다. 철저히 수익차원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규모는 10∼30% 수준의 지분참여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손사장은 미국 야후나 e트레이드사를 인수할 때도 “100% 소유를 원치 않는다. 단지 기업이 계속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투자에 대해 이익을 내면 그뿐, 소유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이에따라 기업의 인수합병(M&A) 문화에도 상당한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M&A땐 전문가 위임 ▼
그러나 완전한 M&A도 전혀 배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초우량기업은 지분참여보다 소유가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
다만 M&A의 경우에도 경영은 철저히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게 손사장의 ‘철학’. 손사장의 투자스타일은 기존의 M&A 개념이나 오너중심의 기업경영 관행에 상당한 변화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손사장은 투자한 기업들을 ‘Group of Wolves’(늑대떼)라고 불러왔다. 별도의 기업이지만 같은 ‘자본’으로 연결돼 거대기업에 맞설 수 있다는 의미다. 손사장이 투자할 기업은 결국 ‘보이지 않는 손’으로 연결되면서 인터넷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