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자랑하는 세계 최장신 농구선수 이명훈(30·2m35). 그가 22일 서울에 온다.
그러나 막상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만난 북한체육인과 이명훈의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내 에이전트인 에버그린스포츠사 관계자를 통해 그의 궁금증을 풀어본다.
▽이명훈의 키는 기형인가 정상인가〓에버그린사는 98년말 이명훈의 가계(家系)와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지극히 정상’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만약 돌연변이라면 몸의 어느 한곳이 기형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NBA 진출은 힘들다는 것. 아버지 이창균(57)의 키가 1m95, 어머니 정신복(53)이 1m79인데다 할아버지도 1m80이 넘었고 유전자 검사에서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는 것.
69년 9월14일 함경남도 고원군 수동탄광마을에서 광원의 아들로 태어난 이명훈은 신발을 벗으면 키가 2m34, 신으면 2m35. 그동안 몸무게가 100㎏을 넘지 못했으나 올해 캐나다에서 근육강화훈련과 식이요법을 해 110㎏을 웃돈다. 참고로 NBA의 ‘공룡센터’ 샤킬 오닐(27·LA레이커스)은 2m16에 143㎏. NBA 최장신센터 게오르게 뮤레산(28·뉴저지 네츠)은 2m31에 137㎏.
▽이명훈의 IQ와 영어실력은〓‘이명훈의 IQ는 140이 넘을 것’이라는 게 북한체육인의 공통된 얘기. 지난해 방콕아시아경기에 참가한 한 북한체육인은 “머리가 뛰어나 말상대가 없을 정도며 영어공부 하기를 좋아해 간단한 대화는 자유롭게 할 정도”라고 말했다. 휴식시간엔 2급실력의 바둑도 즐긴다는 것.
▽식성과 취미 성격〓아무것이나 잘 먹는 체질. 앉은자리에서 불고기 4인분, 김치 돼지고기볶음 한그릇, 냉면 두그릇쯤은 뚝딱 해치운다. 에버그린사는 이명훈이 미국에 있을 때 아예 푸줏간에서 소 한마리를 통째로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 놓고 먹였을 정도.
취미는 음악감상.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음악을 좋아하는 클래식 마니아. 틈만 나면 이어폰을 꽂고 클래식 선율에 심취한다. 성격은 조용한 편이지만 낙천적이고 머리가 비상해 남 웃기는 데 천재적인 소질이 있다고. 노래는 최근 북한에서 유행하는 ‘나의 어머니’ ‘나의 사랑 나의 행복’ ‘사랑의 미소’ 등이며 이중에서도 틈만 나면 ‘더울세라 추울세라 이 몸을 살펴 주셨네. 힘들세라 아플세라 안아 주셨네’로 시작하는 ‘나의 어머니’를 즐겨 부른다.
▽캐나다에서는 어떻게 훈련했나〓98년 봄 이명훈이 평양에 돌아갈 때까지 약 10개월간 에버그린사가 이명훈에게 쏟아 부은 돈은 무려 100만달러. 지원팀만 해도 코치 4명, 영양사 2명, 의사 2명, 영어교사 1명, 변호사 1명 등 모두 10명. 전 캐나다국가대표코치였던 잭 도나휴가 코치진을 총괄했으며 근육단련담당코치 기술담당코치 등이 그를 보좌했다.
하루 일정은 아침 7시에 일어나 운동장 돌기, 근육단련 웨이트트레이닝, 슈팅연습, 몸싸움연습 등을 하고 오후엔 영어공부를 2시간하고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했다는 것.
에버그린 관계자는 “미국의 한 TV에서 이명훈의 하루를 촬영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명훈은 자유투 10개, 덩크슛 10개 모두를 성공시켰다”고 전했다.
▽캐나다에서는 무얼 타고 다녔나〓이명훈은 앉은 키만 1m30. 포드자동차에서 밴을 그의 몸에 맞게 개조해 무료로 주었다. 자동차가 덜컹할 땐 머리가 천장에 닿아 의자다리를 잘라 냈다. 자동차에는 영어로 ‘마이클 리 7―10’이라고 크게 써서 다녔다. 마이클은 이명훈의 영어식 이름. 7―10은 이명훈의 키가 ‘7피트 10인치’라는 뜻. 맞는 신발이 없어 나이키에서 4켤레를 특별 제작해준 것을 신었다. 침대도 나이키에서 맞춰줬다.
▽가족〓아내와 아들 하나. ‘공훈체육인’이기 때문에 평양 중심가인 ‘안상택거리’에서 산다. 명훈이라는 이름은 그의 부모가 ‘이름을 널리 빛내라’는 뜻에서 지었다.
▼전문가들 "NBA가면 공격은 몰라도 수비는 안통할것"▼
이명훈의 키가 과연 세계 최고의 농구무대인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통할까.
에버그린사의 관계자는 최근 “이명훈의 NBA진출은 적어도 내년중엔 이뤄질 것”이라며 “NBA에서 적어도 5백만달러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에버그린사가 내심 계약을 원하는 팀은 한국인이 많이 사는 로스앤젤레스나 뉴욕 지역팀.
이중 유엔 북한대표부가 있는 뉴욕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팀엔 이명훈의 포지션에 슈퍼스타가 버티고 있다는 게 걸림돌. LA레이커스의 샤킬 오닐이나 뉴욕 인근 뉴저지 네츠의 게오르게 뮤레산과 뉴욕 닉스의 패트릭 유잉 등이 바로 그들.
이명훈의 실력이 NBA에서 통할 것인지에 대해 ‘공격은 몰라도 수비는 안통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 NBA의 각팀이 이명훈을 데려가려 하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써먹기 위해서라는 것. 가령 경기종료 수초전 1점차로 뒤져있을 때 공격권을 쥔 상황이라면 이명훈의 골밑 투입으로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화성기자〉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