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영화 시리즈에 첨단무기를 개발하는 박사 ‘Q’로 단골 출연했던 영국의 배우 데스먼드 르웰린(85)이 19일 자동차 사고로 숨졌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그가 런던시내에서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차를 운전해 귀가하던 중 맞은편에서 오던 차와 정면충돌, 숨졌다고 20일 전했다.
그는 19편의 007 영화 시리즈 중 2편을 뺀 전 작품에 출연했다. 음성인식 자동차, 만년필 폭탄, 치약폭탄 등 기상천외한 신무기를 007 제임스 본드에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조지 라젠비, 로저 무어, 티모시 달턴, 피어스 브로스넌이 007 주인공으로 그와 공연했다.
그는 광원의 아들로 태어나 영국 왕립연극예술학교를 나왔다. 제2차세계대전 때는 5년간 전쟁포로 생활을 했다. 땅굴을 파고 탈출하려다 독일군에게 들켜 독방생활도 했다. 그는 배우생활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007 시리즈가 아닌 영화 ‘에러 2000’에 출연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처럼 세계를 위험에서 구해내는 역을 해냈다.
숨지기 얼마 전 그는 노령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계속 출연하는 이유에 대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내를 돌보기 위해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