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귀가하는 회사원 P씨. 문 옆에 붙어 있는 유리판에 엄지손가락을 대자 현관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현관에 들어선 P씨는 ‘에어워시(Air Wash) 시스템’을 작동해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거실 조명”하고 외쳐 거실의 불을 밝힌다.
“TV”라고 외치자 TV에 전원이 들어오고 리모컨으로 아파트 홈페이지에 접속하자 전자우편을 확인하라는 메시지가 깜박인다. 구청에 신청해 놓은 민원서류도 전자우편을 통해 도착해 있다. 화상전화에서는 안부를 묻는 어머니의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미국 출장 중인 아내는 해외에서 인터넷을 통해 집안일을 처리한다. 인터넷IP가 붙어 있는 창문을 여닫거나 비디오 등 가전제품을 조작하기도 한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이같은 첨단 주택문화가 몇년 내에 국내에도 도입될 전망이다. 건설업계들이 최근 인터넷TV 화상전화시스템 등 정보통신 기술을 아파트에 적용한 ‘사이버 아파트’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 첨단 인텔리전트빌딩에서 볼 수 있는 첨단기술도 주택문화에 흡수될 전망.
▽사이버 아파트란〓광통신망을 통해 인터넷 화상전화 전자기기 제어 등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미래형 첨단주택을 일컫는 말.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는 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주택문화와 그대로 접목돼 집안에서도 편리하게 첨단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아파트를 가리킨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건설업체는 내년 분양 물량부터 ‘초고속 멀티미디어 통신서비스’를 위한 광통신망을 설치할 계획이며 간단한 셋톱박스와 TV를 통해 인터넷을 손쉽게 사용하는 인터넷TV도 보급할 예정이다.
쌍용건설은 아파트 단지 홈페이지를 통해 ‘사이버 반상회’를 열고 구청과 동사무소 등의 민원업무도 처리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있다.
가장 진보된 ‘음성인식시스템’은 음성명령을 통해 집안 내부시설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 현대산업개발과 현대건설 등이 이 기술을 선보이고 있지만 대중화엔 아직 2∼3년 이상 더 소요될 전망.
▽건설업체와 정보통신 업체의 만남〓사이버 아파트 건설의 기본은 광통신망. 건설업체들은 아파트에 광통신망과 인트라넷 등을 구성하기 위해 정보통신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활발히 교류중이다.
두산건설은 드림라인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제휴해 웹TV 등을 갖춘 사이버아파트 사업을 시작했으며 쌍용건설 대림건설 등도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등의 통신업체와 함께 이같은 사업을 진행중이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