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준비위원회 이어령위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이 새 천년을 맞는 부모들에게 깜짝놀랄 만한 자녀교육 메시지를 띄웠다.
21세기 지식창조사회에 꼭 필요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거짓말은 나쁘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라는 것.
물론 남에게 해를 미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지만, 거짓말을 창조적으로 쓰도록 능력을 살려주면 또하나의 셰익스피어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IQ EQ 다음에는 잔머리 굴리는 지능인 ‘JQ’가 있다는 농담이 유행합니다. 잔머리 잘 굴리는 아이가 똑똑한 아이예요. 옛날 농경시대에는 잔머리 굴려봐야 소용없었지만 지식사회에는 소프트웨어 개발하는 것, 디자인하는 것 전부 잔머리예요. 아이가 꾀부릴 때 야단치지 마세요. 재치있고 상황판단력이 있다는 얘기니까요.”
그의 주장의 밑바탕에는 ‘새 천년에는 개성과 다양성이 가장 중요해진다’는 믿음이 있다. 다양한 가치가 중요시되는 사회이므로 부모가 아이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위원장은 그런 의미에서 ‘나’라는 토씨를 ‘도’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밤낮 장난이나 치고 컴퓨터게임이나 하네”라고 말하지 말고 “우리 아이는 장난도 잘하고 컴퓨터게임도 잘하네”라고 긍정적으로 보라는 얘기.
“새 천년에는 부모가 원하는 아이가 아니라 시대가, 세계가 원하는 아이로 키워야 합니다. 같은 방향으로 뛰면 일등은 하나밖에 없지만 360도 둥근 원으로 뛰면 360명의 일등이 나오잖아요. 남들이 남쪽으로 뛰어갈 때 혼자서 동쪽으로 가고 싶어하면 그 곳으로 뛰게 하세요. 거기 아무도 먹지 않은 탐스러운 과일이 열려 있어요.”
이위원장은 이러한 메시지를 모아 최근 ‘천년을 만드는 엄마’라는 책을 펴냈다. 교훈적인 책이 아니므로 아이키우며 답답할 때 들춰보고, 엄마의 얘기도 적어놓았다가 아이가 결혼할 때 선물하라는 것이 그의 당부다. 아이에게 보여줄만한 그림책 ‘천년을 달리는 아이’도 함께 냈다.
새 천년에는 엄마도 달라져야 한다고 이위원장은 강조한다. 새 시대를 살아갈 자녀들을 과거 엄마가 어렸을 때만 생각하고 키우는 것은 일종의 ‘자살 행위’.
“이젠 애정만 가지고 아이를 키우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컴퓨터게임도 모르는 엄마를 아이들은 따르지 않아요. 앞으로는 어머니들이 책읽는 모습, 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지적 육아법’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