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에서 매듭짓지 못한 현안들을 정리하기 위한 ‘송년’(送年)임시국회가 11일동안의 회기로 시작되었다. 올 한해 동안 내내 이목을 끌었던 옷로비와 파업유도 사건에 관한 양대 특별검사팀의 보고서도 발표되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9일 당선2주년을 맞아 KBS와의 대담에서 옷로비 문제와 관련해 거듭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면서 국민과 야당에 협력을 호소함으로써 과거와는 다른 현실인식의 자세를 보여줬다.
그러나 임시국회 첫날인 20일부터 그 진행을 지켜보면 ‘끝내기’가 아니라 거친 ‘연장전’(延長戰)의 시작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야당은 김대통령의 대선자금에 관한 국정조사 계획서를 낸데 이어, 정기국회에서 하지 못한 언론문건관련 국정조사를 벌이자고 나섰다. 이에 대해 여당은 ‘이제껏 가만히 있다가 짧은 임시국회를 틈타 갑자기 공세를 펴는 것은 정략일 뿐’이라며 시급한 통합방송법 처리, 정치개혁특위 재구성 등을 다루자고 맞서 승강이를 벌였다.
이 시점에서 어느 쪽이 옳고 그른 것을 따지기에 앞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일년 내내 논리와 명분에서 지지 않겠다고 정쟁(政爭)으로 소일해온 여야가, 부실한 국회운영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그나마 크리스마스 연말 시즌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열기로 한 그 취지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정기국회에서도 산적한 현안들을 제쳐두고 서로 드잡이만 거듭하다가 회기 막바지에 일부만 벼락치기로 처리했었다. 그리고 남은 현안들을 청산하기 위한 임시국회라면 거기 걸맞게 성실하고 내실있게 운영하는 것이 도리 아닌가.
여측은 올 한해 동안 소란하기만 했던 국정을 반성하고 새 출발을 모색하려 한다면 야당탓만 하고 ‘야당의 정략’만 되뇔 것이 아니라 보다 열린 자세로 야당을 대해야 한다. 비록 시일은 열흘에 불과하지만 언론문건 국정조사같은 사안은 받아들여서 여야가 함께 털어버리고 새해를 맞는 것이 여측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야당도 대선자금조사같은 해묵은 문제에만 집착,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의정현안을 도외시하며 정쟁에 급급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야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새 천년을 앞두고 여야는 국민을 안심케하며 희망과 용기를 주는 큰 정치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세밑 임시국회를 허송해서는 결코 안되며 올 한해를 매듭짓고 새 출발을 기약하는 마당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