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러시아 총선에서는 돈과 유명세를 앞세운 재벌 연예인 등 유명인들이 대거 당선됐다. 이들은 특별한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출마해 돈을 물쓰듯 뿌려 손쉽게 하원의원이 됐다.
러시아 최대 재벌이며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자금줄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로고바스그룹회장은 북카프카스의 카라차예보―체르케시에서 당선됐다. 크렘린의 ‘이너서클’ 멤버인 로만 아브라모비치 시브네프티정유사 대주주는 순록이 사람보다 더 많은 극동의 추코트카까지 내려가 하원의원이 되는데 성공했다.
옐친이 집권한 후 정경유착과 특혜로 재벌이 된 이들은 면책특권을 얻어 옐친 퇴임 후 있을지도 모르는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출마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러시아 최대 기업 가스프롬 회장 출신인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전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우리집러시아(NDR)가 참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미니시리즈 ‘모래시계’의 주제가 ‘백학’을 부른 가수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이오시프 코브존도 하원의원이 됐다. 연예계를 떠나 사업가로 변신한 코브존이 유대계 마피아의 대부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원 지역구와 지방선거에 중복출마한 거물들도 많다. 유리 루슈코프 모스크바 시장은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동시에 조국―모든러시아(OVR)의 비례대표 2번으로 출마, 하원의원이 됐다. 루슈코프는 시장직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키리옌코 전 총리는 모스크바 시장선거에서 졌으나 우파연합의 비례대표 1번이어서 하원의원 자리는 챙겼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