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실시된 러시아 총선에서 우파세력이 예상을 뒤엎고 크게 약진해 범우파정당이 처음으로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를 지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하원 제1당의 지위는 공산당이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현재 67%가 개표된 결과 공산당은 24.98%를 얻어 24.94%를 얻은 신생 연합당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크렘린궁의 지원을 받는 연합당은 개표 초기에는 공산당을 앞서기도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그러나 5% 이상의 득표로 비례대표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는 6개 정당 가운데 연합당 우파연합 지리노프스키블록 야블로코 등 4개가 우파여서 새로 구성되는 하원은 개혁을 추진하는 우파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크렘린계 소장개혁파인 우파연합은 8%대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으며 당초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던 중도좌파 조국―모든러시아(OVR)는 9%대로 크게 부진했다.
▼ 예상 뒤엎은 총선결과 ▼
연합당은 9월 크렘린의 지원을 받아 급조됐으며 선거전에서 공산당에 시종열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행정력의 지원과 풍부한 자금, 관영언론의 노골적인 편파보도에 힘입어 막판에 공산당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연합당은 세르게이 쇼이구 비상대책장관이 이끌고 있으며 푸틴은 18일 공개적으로 연합당 지지를 선언했다.
우파의 선전은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높은 인기 덕분이다. 우파연합은 아예 ‘푸틴을 크렘린으로’라는 선거구호를 내세웠다.
러시아 비교사회연구소가 투표장에서 실시한 유력 대통령 후보들의 지지도 조사는 푸틴에게 더 큰 선물을 안겨줬다. 유권자들의 50%가 당장 선거가 실시될 경우 푸틴을 찍겠다고 대답해 내년 6월 대통령 선거에서 그가 당선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경쟁자인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의장(17%)과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전총리(14%)의 지지율은 크게 떨어졌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푸틴의 강성 이미지가 러시아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체첸전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할 때는 번번이 “나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준다”며 강력한 지도자임을 과시했다. 이때문에 그는 ‘터미네이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푸틴이 강력한 모습을 보이며 체첸을 밀어붙이자 러시아인들의 애국심이 불붙어 그를 중심으로 결집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 정국 전망 ▼
우파 정당은 그동안 개혁이 부진했던 것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하원이 번번이 크렘린의 개혁정책에 제동을 걸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새 하원은 세제개혁 외자유치정책 등 개혁입법을 신속히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리나 하카마다 우파연합 공동대표는 러시아의 투자여건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체첸사태 등으로 대 서방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어서 러시아의 대외정책이 총선 이후 갑자기 유연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권기태기자·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