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이브에는 축제만 열리는 게 아니다. 각국 정부는 테러와 소요사태, Y2K(컴퓨터의 2000년 연도인식 오류)를 우려한 시민의 혼란, Y2K 관련 컴퓨터 바이러스의 등장을 우려하며 대비에 부심하고 있다.
터키 알제리 스리랑카 등 테러 빈발국을 비롯한 각국 치안기관은 축제 분위기에 들뜬 틈에 각종 테러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인은 테러집단의 주요표적이다. 그래서 미국정부는 전국 경찰에 반정부 민병대나 증오집단을 주시하라고 지시하고 전세계 미국공관에도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시달했다.
위험한 곳은 역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지역. 미국 프랑스 독일 정부는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장,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앞 광장 등 수십만명이 집결하는 곳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도쿄의 아오야마(靑山)거리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불상사가 일어날 것에 대비해 21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 평상시 경비력의 2.5배인 13만명의 경찰을 투입해 철야특별경계를 벌인다.
밀레니엄이브에 가장 큰 혼란이예상되는곳은 전세계에서 400만명의순례자가 모이는 이스라엘. 순례자중에는 종말론자도 수만명에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종말론자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실현되지 않으면 절망한 나머지 집단자살 등 극단적인 행동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비해 이스라엘 정부는 8000명의 경찰을 투입할 계획이다.
Y2K 문제로 물품공급이 중단될까봐 생필품과 비상약품을 사재기하는 등 시민생활의 혼란도 예상된다. 영국 런던에서는 몇주 전부터 생필품 사재기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제약회사들은 비상약 과잉구매로 일부 품목의 공급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태국 등 Y2K 대비가 미흡한 국가들로부터 투자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와 이들 국가가 또 한차례 금융혼란을 겪게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Y2K와 관련한 컴퓨터 바이러스들이 출몰해 컴퓨터 사용자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컴퓨터 전문가들은 Y2K 문제보다도 ‘Y2K 바이러스’를 더 걱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Y2K 바이러스만 모두 6개. 이달초 발견된 ‘바빌로니아 바이러스’는 스스로 업데이트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제작자가 원격조종도 할 수 있어 지금까지 등장한 바이러스 중 가장 악질로 꼽힌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