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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특검 파란의 2개월]'거짓말 옷 고름' 끝내 풀다

입력 | 1999-12-20 19:58:00


옷 로비 의혹사건 특별수사팀이 전격적으로 의상실 라스포사를 압수수색한 이틀 뒤인 10월28일. 특검팀은 연정희(延貞姬)씨가 호피무늬 반코트를 가지고 방문했던 포천의 한 기도원을 압수수색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발표와 함께 포천으로 떠난 특검팀은 그러나 도중에 되돌아왔다. 수사관이 빗길에 운전을 잘못해 수사차량이 길가 도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잡으러 간다”고 알리기만 하고 결국 허탕을 치고 만 것.

▼ '외인구단' 출발 불안 ▼

판사와 시민단체 출신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와 검찰 출신 양인석(梁仁錫)특별검사보, 파견검사 2명과 민변 출신 ‘강골’변호사 4명 등으로 급조된 ‘외인구단’의 첫 출발은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양특검보는 “검사 경험이 없는 수사관들에게 수사실무를 가르치는데만 10일이 걸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회의를 거쳐 최특검을 ‘청장’으로 양특검보를 ‘부장’으로, 특별수사관들을‘검사’라고 스스로 명명한 뒤 굳건한 ‘상명하복’의 충성관계로 팀워크를 다져왔다.

▼ 라스포사 동맹 첫타깃 ▼

그리고 수사의 시발점으로 ‘라스포사 동맹’을 지목하고 첫 타깃을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에 겨냥했다. 정씨가 가장 많은 비밀을 안고 있고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이 지난달 16일부터 구속영장 발부를 세번이나 기각했지만 이들의 전략은 주효했다. 정씨에 대한 영장청구 후 동맹은 깨졌고 관련자들은 저마다 “저쪽이 잘못이다”라며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후 특검팀 사무실은 고해성사(告解聖事)장이 됐다. 배정숙(裵貞淑)씨가 사직동 최초보고서를 공개하고 김태정(金泰政)씨 부부, 박시언(朴時彦)신동아건설 고문, 박주선(朴柱宣) 최광식(崔光植)씨 등이 자진 출두함으로써 특검팀은 수사대상 외의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수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대검이 축소조작 의혹수사에 착수해 국민적인 의혹이 풀리게 된 것은 특검의 존재 없이는 불가능했다는데 이견이 없다.

▼ 양해뒤 비판 파국넘겨 ▼

그러나 순탄치 만은 않았다. 이질적인 집단이 모인 만큼 한때는 심각한 내분의 위기가 있었다. 박주선전비서관을 조사한 직후인 지난달 25일 민감한 수사상황이 새나가자 파견검사들이 “누구는 수사하고 누구는 흘리느냐”며 사표를 들썩였다.

이 내분사태는 양특검보가 최특검의 양해를 얻은 뒤 언론에 최특검을 강도높게 ‘비판’함으로써 파국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20일 최특검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하루 하루가 어려웠다. 빨리 내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회를 피력했다.

▼ '용변기 작전' 주효 ▼

특검팀이 수사를 시작한 10월18일. 특검팀은 ‘용변기’ 한대를 사무실에 들였다. 고관부인들이 용변때문에 조사를 받다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막고 수사에 열중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두고 ‘철옹성’같은 특검 사무실안에서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추측이 돌았다. 추측은 현실이 됐다. 그들은 1년 동안 얽힌 여인네들의 거짓말 옷 고름을 끝내 풀어냈다. 검찰의 냉소적 시각 등 온갖 시련과 우여곡절을 극복하고 특검팀의 존재이유를 충분히 입증했다는 평가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