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는 새 천년을 맞이하는 인류에게 긴급한 숙제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전세계에서 3400만명의 감염자와 1400만명의 사망자를 내고 매년 600만명 이상이 새롭게 감염되고 있다. 이 세기의 전염병을 정복하지 않고서는 희망의 새 천년을 맞이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대의 첨단 과학과 기술을 동원한 노력의 결과 단시간에 놀랄 만한 성과(병원체의 발견, 정확한 진단법, 발병 기전 및 최근의 칵테일 요법 등)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이제 감염자는 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게 됐다. 의학계는 완치를 꿈꾸며 새로운 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치료라도 예방만은 못한 법이다. 예방의 핵심은 바이러스 전파 경로의 차단에 있고 백신은 보조적인 수단이다. 에이즈 백신은 안전하고 값싸며 무엇보다도 효과적이어야 한다.
에이즈백신 개발의 가장 큰 장애는 바이러스 자체의 변화무쌍함이다. 이 바이러스는 끊임없는 돌연변이를 통해 스스로 변신하고 다양화하기 때문에 백신도 이러한 모든 변화에 대응해 가능한 한 다양한 많은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면역을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 바이러스는 유행 지역마다 독특한 특성을 지녀 백신은 이러한 지역적 특성도 반영해야 한다. 면역반응은 특이성이 특징이므로 언뜻 상반되는 여러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매우 어려운일이다. 사람에 대한 안전성은 물론 가장 중요한 관심사이다.
인류는 과거에 효과적인 백신의 개발 및 사용을 통해 주요 전염병(두창 소아마비 등)을 성공적으로 정복했다. 이들 성공적인 백신은 병원체를 죽이거나 약독화시킨 간단한 것으로 사람에 주사하면 쉽게 방어 면역을 유발할 수 있었다.
에이즈는 사정이 다르다. 여러 기술적인 난관은 물론 안전에 대한 우려도 과거의 질병과는 비교할 수 없다. 약독화 혹은 사멸시킨 전체 HIV를 백신에 사용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필요한 항원이나 그 유전자만 부분적으로 사람에게 투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초기에는 바이러스 표면항원을 백신으로 사용했고 최근에는 다른 바이러스나 세균에 HIV의 주요 유전자를 넣은 재조합 벡터를 투여하면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세포면역을 유발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아마도 가장 각광받는 첨단 백신은 DNA백신일 것이다. 이것은 HIV의 DNA를 직접 체내에 넣어 발현시킨 바이러스의 항원에 대해 면역이 생기도록 하는 방법으로 효과적인 방어 면역 유발에 성공했고 이미 초기 임상시험에 들어 가 있다. 매우 간단하고 값싸면서도 효과적인 백신으로 최근 포항공대 성영철 교수가 에이즈의 DNA백신을 개발해 원숭이에서 방어 면역을 증명해 매우 촉망되는 백신이다. 사람에게서 HIV에 대한 방어 효과나 환자에게서 바이러스 억제에 의한 치료효과나 감염 예방효과 및 안전성이 증명되려면 임상 시험을 거쳐야 한다. 참을성 있게 결과를 기다리면서 동시에 새로운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