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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 대인관계 클리닉]바깥일 얘기하기 싫은데

입력 | 1999-12-22 19:00:00


▼ 문 ▼

30대 직장인입니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피곤할 정도로 바깥 일을 미주알 고주알 어머니에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나는 절대 저런 꽁생원은 되지 않을 거야. 남자가 바깥일은 자기가 해결해야지”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오히려 그런 제가 섭섭하다면서 매우 못마땅해 합니다. 제가 잘못 생각하는 것일까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 답 ▼

우리는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가 싫어하는 면은 닮지 않으려고 과잉행동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아마 상담하신 분은 아버지에 대해 그밖에도 싫어하는 면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아버지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되겠다는 욕망도 그만큼 깊었던 것이지요. 물론 대부분의 남자들은 사회생활이 힘들다고 내색하는 것조차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감추려고 합니다. 그러나 결혼은 인생이라는 회사를 함께 운영해 나가는 파트너의 만남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다른 파트너가 어떤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아야 할 권리가 서로에게 있습니다.

그렇지 못할 때 오해가 생기는 것입니다. 남편들은 바깥일을 털어놓지 않는 것을 아내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 아내가 서로 강한 유대와 결속으로 맺어져야 할 관계에서 자신이 소외되고 있다고 느낀다면 당연히 불만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남편이 자기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힘든 문제에 부닥쳤을 때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자답지 못한 행동인가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가 상담하러 오는 분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이유는 그들이 어떤 이야기든지 있는 그대로 털어놓기 때문입니다.

양창순 (양창순신경정신과원장) www.mind―op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