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운동단체들이 내년 총선에서 반개혁적이거나 자질에 문제가 드러난 특정 정치인들에 대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현행 선거법이 지나치게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자칫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고 선거를 과열시킬 수 있다며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이 준비하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 및 낙선 운동은 헌법에 기초한 권리에 바탕을 둔다. 우선 참정권이다.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권리는 한차례 투표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올바른 투표를 하려면 올바른 정보가 주어져야 한다.
우리 유권자들에게는 정치인들에 대한 합리적인 정보가 없다. 있는 것이라곤 지연 학연 혈연에 관련된 정보와 음모 흑색선전 등 전근대적 선동 밖에 없다. 따라서 유권자가 후보자들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누군가가 정치인들의 평소 의정활동을 기록해두었다가 유권자들에게 전해줘야 한다. 시민단체가 바로 그 역할을 하려 한다. 개개인의 불완전한 참정권을 시민들의 모임인 시민단체가 보완해주려면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이 허용돼야 하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은 자유민주주의의 골간인 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정치적 발언과 행동을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보장하는 시민적 권리다. 선거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만으로 시민들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막으려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유령단체의 급조로 인한 혼탁선거를 우려하지만 후보자에 의해 급조된 단체나 국고지원을 받는 단체의 선거운동은 이미 법으로 금지돼 있으므로 검찰과 경찰이 철저히 단속하면 된다.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은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들에 대한 변별력을 높여준다. 4년간의 의정활동과 도덕성 및 개혁성을 평가기준으로 시민단체들이 당락운동의 대상을 발표하고 선거운동을 함으로써 문제 정치인은 그만큼 의회에 발붙일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시민단체들이 투명한 정치를 만드는 데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것은 모두 시민단체의 자유로운 선거운동에 힘입은 것이다.
민주주의의 순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통해 자유민주적 가치인 참정권과 결사의 자유,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줘야 한다.
김석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