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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미스터]그릇마니아 주부들 "예쁜 그릇엔 감동있지요"

입력 | 1999-12-23 18:52:00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사는 김영애씨(45)는 ‘그릇 마니아’다.

생활식기 혹은 생활도자기라고 하는 질박한 ‘우리 그릇’들을 안방에서부터 거실과 베란다 구석구석에 쟁여놓는 것도 모자라 작은 방을 전부 그릇창고로 쓰고 있다. 최근에도 목동에 새로 문 연 백화점에 겨울목도리를 사러 갔다가 4층 그릇매장에서 공예가 정인모씨가 만든 접시를 사느라 돈을 모두 써버렸을 정도.

어린이 청소년들이 팬시상품을 좋아하듯, 음악애호가들이 음반을 모으듯 그릇에 ‘특별한 집착’을 보이는 주부들이 적지 않다. 백화점이나 전문매장에서 예쁜 그릇을 보러다니는 것을 취미삼기도 하고, 집안 장식장에 그릇을 ‘전시’하거나 티파티용 디너파티용 그릇을 장만해 친구들 초대하기를 즐기는 이들도 늘고 있다.

“주부들은 남의 집에 방문해서 차나 음식을 대접받으면 그릇을 유심히 보게 마련이죠.어떤 브랜드인지를 알려고 그릇 밑바닥을 뒤집어 보기도 해요. 그릇을 보면 그 집 안주인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거든요.”

이웃주부들끼리 티파티를 자주 연다는 안태영씨(43·서울 서대문구 현저동)는 주부들의 화제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그릇이야기라고 했다.

이달초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열린 ‘덴마크 왕실 도자기전’에 발디딜틈 없이 주부들이 몰린 것도 이같은 흐름의 반영.

당시 행사를 기획했던 이 도자기 회사 한국지사 남기령대리는 “95년부터 매년 전시회를 열고 있는데 특히 올해는 상상외로 주부들의 관심이 높아 놀랐다”며 “멋과 맛이 있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탁 위의 품격과 아름다움을 중시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풀이한다.

요리를 배우던 주부들도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테이블세팅까지 배우러 나간다. 테이블세팅을 위한 단행본도 ‘오늘부터 따라할 수 있는 테이블 데코’(쿠켄펴냄)‘센스업 테이블데코’(서울문화사펴냄)가 나왔다. 맛있는 요리를 멋있게 먹기 위해선 요리에 걸맞는 식탁차림이 필요하다는 얘기.

테이블 세팅 전문가 조은정씨는 “테이블세팅을 배우려는 수강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예전에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데 신경을 썼으나 이제는 아름답고 편안하고 즐겁게 먹는 방법에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식탁에서도 문화를 찾는 ‘일상생활의 심미화’현상. 김영애씨도 “그리 부자는 아니지만 기분에 따라 그릇을 골라 분위기를 내는 것도 그릇마니아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라며 즐거워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예쁜그릇 파는 집▼

김영애씨가 좋아하는 그릇은 생활자기다. 생활공예전문점에서 작가의 작품을 고를 수 있는데 도자기를 감상하면서 사용하는 기쁨이 크다고.

우리그릇을 주로 다루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통인가게(02―733―4867)와 리빙아츠(02―732―9766)는 그가 즐겨 찾는 곳.

예하도예(02―722―3618)예당(02―732―5364)도 있다.

우리그릇 려(麗)(02―549―7573)는 강남구 청담동에 이어 강남구 신사동에 매장을 열었다.

독특한 디자인의 그릇을 고를 수 있는 곳으로 강남구 신사동의 핸드앤마인드(02―3442―4251)토아트스페이스(02―511―3398)크래프트하우스(02―546―2497)와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의 목금토(02―764―0700)가 있다. 양천구 목동의 백화점 ‘행복한 세상’ 4층 소반(02―6678―3403)도 찾아봄 직.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세인트 제임스 아트센터(02―338―2631)는 다양한 서양식기도 사고 또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어 좋다.

한국도자기에서 운영하는 이곳에서 소비자들은 전문 디자이너의 지도를 받으며 자기만의 그릇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