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불씨가 꺼져 다행이지만 이번에는 ‘선거법 경계령’을 내려야 할 판이다.”
한나라당 주요당직자들은 23일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이 무산된 데 대해 한시름 놓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여권이 선거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자민련이 도농(都農)복합선거구제(대도시―중선거구제, 농촌―소선거구제) 도입을 고집하고 있는 가운데 공동여당 합당 불발로 국민회의 역시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한나라당측 분석.
즉 국민회의는 합당을 전제로 ‘소선거구제+정당명부제’ 쪽으로 기우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연합공천이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되면 복합선거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개정안을 강행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자민련이 복합선거구제를 고집하는 것은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부산 대구 울산 등에서 의석을 나눠먹기하겠다는 발상”이라면서 “복합선거구제는 사실상 중선거구제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도 “여권의 합당 결렬로 복합선거구제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DJT맨더링’에 불과한 복합선거구제 주장으로 정치권을 교란시키는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합당 포기로 인한 자신들의 문제점을 기형적 선거구제로 만회하려는 발상은 어리석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선거법 강행처리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하는 한편 선거구제 변경에 관해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현행대로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배수진을 치기로 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