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20세기말 미국의 기업경영자들에게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올들어 경영자들이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리더십을 함양하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군수업체 노드롭그루만의 제임스 G 로체 사장은 셰익스피어의 ‘헨리 5세’를 애용한다. 사내 리더십 교육 때면 그는 늘 영국왕 헨리 5세처럼 왕관을 쓰고 망토를 걸친다. 특히 “전쟁은 시작됐다. 용기를 내라. 신(神)이여 해리와 영국, 성 조지를 보살피소서!”하고 외친다. 헨리 5세가 프랑스와의 결전을 앞두고 병사들을 독려하기 위해 행한 연설의 일부다.
로체사장은 “기업경영은 전쟁”이라며 “헨리 5세는 적은 병력으로 프랑스 대군을 무찔렀다. 전략의 요체는 병사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어서 현대경영전략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수회사 록히드 마틴의 최고경영자 출신 노먼 오거스틴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군축업무를 맡았던 케네스 애덜먼은 ‘무버스 앤드 셰익스피어’라는 리더십교육 전문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거기에 등장하는 의상을 준비해 기업 임직원들에게 극중 인물처럼 연기하게 한다. 애덜먼은 “경영은 모두 인간과 관련된 것이고 셰익스피어 만큼 인간에 대해 심오한 통찰력을 지닌 인물은 없었다”며 “이것이 셰익스피어 붐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올해 미국에서는 ‘경영을 책임진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가 경영을 맡다’ 등 경영서적 3권이 출판돼 인기를 모으고 있다. 내년 6월에는 비슷한 책이 한 권 더 나올 예정이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