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위 소속 여야의원들은 요즘 마음이 편치 않다.
‘선거기사심의위’를 구성, 신문 잡지 등의 선거기사를 ‘조사’토록 한 합의사항에 대해 언론계를 비롯한 각계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위 소속의 한 의원은 23일 “신문들이 자기들의 문제라고 해서 의원들에게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기사를 쓰고 있다”며 볼멘소리다. 또다른 의원은 “방송의 경우 이미 전에도 선거방송심의위가 구성돼 보도의 공정성을 조사해왔다. 그런데 신문만 빠지면 균형을 잃는다”며 방송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계 등의 전문가들은 방송과 신문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언론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나온 시각이라고 지적한다. ‘핫미디어’인 방송은 그 즉자적(卽自的)인 측면에서의 영향력은 광범위하고 크다.
또 방송은 ‘국민재산’인 전파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특혜를 받고 있는 만큼 사기업인 신문과는 큰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런 이유때문에 방송국 허가절차는 대단히 까다롭다. 또 방송위원회는 24시간 모든 방송프로그램을 녹음 녹화하면서 공익성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감시’하고 있다. 그래도 이를 ‘언론간섭’이라고 비판하는 견해는 없다. 선거방송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의원들은 이같은 방송과 신문의 차이점을 ‘모르거나’, 아니면 ‘눈을 감고’ 있다. 그러면서 “선거때 후보들이 신문, 특히 지역신문들에 당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심의위 구성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선거때 신문이 공정보도를 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일부 잘못된 신문 때문에 유례없는 심의위 설치를 들고 나온 것은 말그대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하는 일이다.
공종식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