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호소할 건 ‘안정론’ 밖에 없다.”
공동여당의 합당이 무산되고 ‘옷사건’ 등 잇따른 악재(惡材)로 내년 총선전망이 어두워지자 여권내에서‘경제안정론을 총선대책의 축(軸)으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가 강력히 부상하고 있다.
여권이 내세우는 안정론은 ‘여권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IMF체제 극복을 일궈낸 국가경영의 성과가 무산된다’는 위기론과 표리(表裏)를 이룬다.
이같은 여권의 안정론은 담론(談論)수준을 이미 넘어선 분위기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새해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안정론(위기론)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IMF체제 극복 치적을 강조해온 논리를 바꿔 최근 KBS 대담프로 등에서는 “우리경제가 완전히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안정론에 대한 여권의 기대는 매우 크다. ‘이제 기댈 언덕은 안정론뿐’이라는 식이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기업인 50여명이 만난 자리에 갔더니 ‘국민회의는 마음에 안들지만 총선에서 여권이 패배하면 경제가 걱정된다’고 말하더라”며 안정론에 대한 믿음을 표시했다.
한나라당측도 안정론이 ‘위협적 카드’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대응논리 개발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한 당직자는 “여당이 위기론을 들고 나올 것을 예상해 선거법협상과 분리해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한 것”이라며 “앞으로 야당이 다수의석을 확보해도 민생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논리로 호소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도 24일 “대통령이 정파적 이해를 떠나 국리민복을 위해 일한다면 적극 협조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