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컴퓨터의 2000년 연도인식오류) 혼란에 대비하기 위해 국민에게 비상식량 등을 준비하도록 경고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와 언론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
한나라당 주요당직자들은 24일 회의에서 Y2K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우리당이 Y2K문제에 대해 중요한 대책을 발표했으나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다”면서 “이것은 정부가 각 언론사에 Y2K문제 보도를 신중히 해달라는 서한을 보냈기 때문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과 일본은 사흘치 식량을 준비하도록 국민에게 경고했는데 우리의 경우 적절한 대처요령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와 언론의 공동책임이라는 것.
한나라당이 ‘Y2K 언론통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23일 열렸던 Y2K대책 간담회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회의 내용이 보도되지 않은 것은 기삿거리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사가 정부로부터 서한을 받았다는 한나라당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Y2K에 대해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새해를 열흘 앞둔 20일에야 특별대책반을 구성, 23일 한차례 간담회를 연 것이 고작이다.
당소속 이상희(李祥羲)의원이 3월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Y2K 관련 입법과 함께 정부의 대응책을 감독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한나라당 지도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회창(李會昌)총재도 23일 Y2K간담회에서 “국회가 입법조사나 행정감시 등을 통해 Y2K문제를 진작 검토했어야 하는데 늦었다”고 한나라당의 소홀한 대응을 시인했다.
그런데도 엉뚱하게 ‘언론탓’을 되뇌는 한나라당의 ‘사시(斜視)’에 어이가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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