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아들 라클란(28)이 최근 호주의 ‘디지털 TV법’을 둘러싸고 호주정부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라클란은 ‘머독 왕국’의 핵심 기업인 뉴스코퍼레이션사의 수석부사장으로 호주뉴스코퍼레이션사를 경영하고 있다.
호주 디지털TV법의 골자는 △2001년 1월부터 SDTV(표준화질TV) HDTV(고화질TV) 등 디지털TV 방영을 시작하되 2008년까지 아날로그TV와 병행한다 △디지털 전파를 이용한 데이터방송 사업자(Datacaster)의 사업 영역을 2004년까지 제한한다 △정부 소유의 호주방송(ABC)은 향후 2년 간은 HDTV 프로를 매주 20시간 방영해야 한다는 것 등.
데이터방송은 정보 그래픽 소리 영상 등을 단일 텍스트 형태로 제공하는 것으로 가입자들은 이를 통해 인터넷 게임 홈뱅킹 등을 할 수 있다.
아날로그 전파가 디지털로 전환되면 기존 주파수 대역 하나에서 3∼4개의 채널이 더 나오므로 앞으로 데이타 방송 사업자가 급증할 전망.
이 법은 그러나 데이터방송 사업자는 방송시간 30분당 10분 밖에 동영상을 틀 수 없고 뉴스나 스포츠 중계, 드라마 퀴즈쇼 등 기존 공중파와 유사한 프로그램은 방영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라클란은 이에 대해 “데이터방송 사업자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비전없는 공중파방송 카르텔을 보호하기 위한 비민주적인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즉 고화질과 음질, 다채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디지털방송 사업이 기존 아날로그보다 못한 서비스를 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머독의 경쟁자로 호주 일간지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을 소유한 존 페어팩스 홀딩스사도 같은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어서 이에 동조하고 있다.
호주소비자협회(ACA)도 “소비자들이 컴퓨터나 이동전화 스크린에 나오는 비디오를 디지털TV에서 볼 수 없다면 의아하게 여길 것”이라고 지적.
호주의 통신장관 리처드 알스톤은 이에 대해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 및 기존 공중파 방송사와 데이터방송 사업자 간의 지나친 경쟁으로 야기될 재정 부담을 고려한 선택”이라며 응수하고 있다.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