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으레 선정되는 ‘히트상품’ 목록에 가수 항목이 있다면 올해는 이견없이 조성모(22)일 것이다.
9월에 낸 2집 ‘For Your Soul’의 판매량이 이달초 더블 플래티넘(100만장×2)을 넘어서면서 최근 ‘영상음반대상’ 등을 거머쥐었다. 연말 방송사의 가요대상 후보로도 유력하다. 신중히 골랐다는 컴퓨터 광고(출연료 6억원)를 비롯한 6개 광고의 계약금은 12억원대.
▼신비주의 전략 성공▼
하지만 이처럼 드러난 성적만으로 ‘상품’ 조성모를 읽기는 부족하다. 오히려 그의 진면목은 팬들의 반응과 요구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최강의 홍보 창구인 방송을 교두보로 한 첨단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을 보여준 데 있다.
1집 ‘투 헤븐’에서 뮤직비디오 외에는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팬들의 호기심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활동을 본격화하는 ‘신비주의’전략은 조성모가 본격 시도한 것.
최근 ‘스카이’에서도 재현됐을 정도로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2집 ‘슬픈 영혼식’까지 이어진 드라마 형식의 뮤직비디오도 효과적이었다.
올초부터 줄곧 출연해 온 KBS2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의 ‘출발 드림팀’은 결과적으로 그를 위한 방송이었다. 그는 여기서 2m가 넘는 뜀틀을 가뿐히 넘으며 그 또래 가수들이 갖기 쉬운 한계도 뛰어넘었다. ‘뺀질한 신세대’ 대신 ‘땀흘리는 건강한 청년’이라는 희소성 있는 이미지를 각인한 것. 이는 팬의 연령층을 넓히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앨범 활동이 끝난 후 이미지 관리 상 방송활동을 일시 중단하는 것과 달리, 조성모는 1집 활동이 끝난 올 여름에도 계속 ‘출발 드림팀’에 나섰다.
그만큼 ‘실’보다 ‘득’이 많았다는 얘기다. 소속사 GM의 김광수대표(40)는 “조성모는 여성에게는 모성 본능을 자극하면서도 남성에게도 이질감을 유발하지 않는 이미지를 지녔다”고 말한다.
▼'출발드림팀' 좋은 인상▼
물론 가수로서의 조성모도 만만찮은 ‘물건’이라는 평이다. 1집과 유사한 톤과 스타일의 뮤직비디오를 내세운 2집으로 소포모어 징크스(2년차 가수가 슬럼프에 빠지는 것)를 그처럼 가볍게 떨쳐내기는 쉽지않다. 한 가요평론가는 “중성에 가까운 여린 미성이 강하게 어필한다”고 평했다.
일관된 사랑 이야기로 ‘H.O.T.’처럼 ‘10대의 대변자’라는 ‘음악적 짐’을 지지 않아 10대 이상 연령층을 자유롭게 공략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장점.
하지만 조성모는 최근 자신의 음악에 대한 온갖 평가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금부터 시작인데 벌써 음악적으로 탁월하다는 평은 옳지 않은 말이예요. 요즘 전국 투어 콘서트를 통해 팬들을 직접 만나면서 음악적 방향을 찾고 있습니다. 31일에도 울산에서 콘서트를 하며 지낼거고요.”
▼10대가수 한계 벗어▼
조성모는 내년 1월말 발매될 스페셜 앨범 ‘조성모 클래식’에서 자신의 음악적 취향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60년대부터 90년대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애창곡을 리메이크해 담을 예정인데 현재 이문세의 ‘깊은 밤을 날아서’ 정수라의 ‘진’ 등이 후보군에 올라 있다. 리메이크 앨범인만큼 이전처럼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는 없을테고….내년 초가 되면 조성모의 ‘롱런’ 여부를 구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