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에서 처음으로 현대미술 전시회가 열린다. 14세기말 창건된 종묘는 조선조 왕가의 신주를 모신 곳.
95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 수상작가인 설치작가 전수천은 2000년 1월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묘와 세종문화회관 앞 거리에 동시에 작품을 설치하는 ‘지혜 큐브(육면체)’전을 연다.
전수천은 서울 종로구 훈정동 종묘정전 앞 월대에서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가로 세로 각 9.5㎝, 높이 21㎝의 사각 기둥 2001개를 선보일 계획이다.
개막식을 1월1일 0시로 정했다.
전씨는 “2001개의 큐브 중 1000개는 녹슨 듯한 모습으로, 다른 1000개는 거울처럼 광택이 나는 모습으로 전시한다”고 밝혔다. 녹슨 듯한 큐브는 지난 1000년을, 광택이 나는 큐브는 앞으로 찬란히 빛날 1000년을 상징한다.
그는 “특정한 모양으로 깎이거나 다듬어지지 않고 그저 육면체 형태로 늘어서 있게 될 각각의 큐브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앞으로 펼쳐질 모든 표현양식과 가능성이 그 안에 담겨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세월 속에 담긴 창조적 가능성을 표현하려 한 셈이다.
전씨는 똑같은 크기의 육면체들이 줄지어 선 한 가운데에 다른 큐브보다 큰 큐브(가로 세로 높이 각 55㎝) 한개를 설치한다. 이 큐브는 푸른 빛을 발산하도록 해 과거와 미래를 포용한 초월적 존재를 표현한다는 것.
전씨는 “종묘전시를 통해 죽은 자와 산 자의 영적인 교류를 담으려 한다”고 말했다.
전씨는 이번 전시를 위해 문화재청, 전주이씨대동종약원 등 관계기관 및 단체와 6개월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두 장소에서 동시에 큐브를 각각 전시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문화를 접목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02―399―1578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