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지역을 시찰하는 히틀러, 달표면을 거니는 암스트롱, 굶주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어린이의 앙상한 모습….
명암이 엇갈린 20세기의 모습들이다.
2000년1월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세계기록사진대전―위트니스(Witness) 2000’전. 20세기를 불과 하루 넘긴 시점에서 ‘지난 세기’를 증언하는 사료(史料)가 한자리에 모인다. AP통신과 감마통신 등을 통해 세계에 보도됐던 사진과 국내 언론에 보도된 사진 등 500여점이 전시된다.
1,2차세계대전 월남전 걸프전,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주민, 중국 텐안멘사태, 독일 통일의 순간 등 격동의 순간과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1905년 일본군이 러일전쟁 당시 체포된 스파이의 눈을 가린채 일본도로 목을 치는 장면, 1963년 종교탄압에 항의해 분신자살하는 베트남 승려의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은 여전히 충격적이다.
국내 모습으로는 순종황제의 결혼축하식, 3·1운동 당시 운집한 군중, 사격훈련 중인 광복군, 다리 폭파로 철골구조만 남은 대동강다리를 건너는 6·25피란민의 행렬,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장면 등이 전시된다.
일제에 의해 교수형에 처해진 의병들, 4·19혁명 직전 시위에 참가했던 김주열군이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숨져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은 한민족의 20세기가 독립과 민주화운동의 시대였음을 웅변한다.
동아일보사와 한국사진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한다. 지난 한세기에 인류가 남긴 발자취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전시회. 과거는 흘러갔으나 역사적 순간을 담은 사진들은 인류 영욕의 발자취를 생생히 증언한다. 한국사진문화재단 02―734―8734.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