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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따뜻한 이웃'과 함께 한 승리

입력 | 1999-12-27 19:59:00


한양대 공대 특차전형에 합격한 뇌성마비 1급 장애인 박지효군의 성공담은 역경을 딛고 일어선 감동스토리의 차원을 넘어 장애인문제 해결에 한가지 중요한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19세인 박군은 오른쪽 손가락 세개만 움직일 수 있을 뿐 말도 못하고 혼자서 식사도 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다. 이런 절망스러운 처지에 놓인 학생이 어떻게 수능시험에서 355점의 높은 점수를 따내고 정상 학생들과 당당히 겨뤄 합격의 영예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장애를 뛰어 넘으려는 본인의 강인한 의지와 함께 그를 외면하지 않은 이웃들의 따뜻한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박군은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특수학교를 제쳐두고 일반 학교를 고집했다. 스스로 정상 학생들과 떳떳이 경쟁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중학교 입학은 다섯번이나 거절을 당할 만큼 쉽지 않았지만 선뜻 그를 받아준 학교와 교장선생님이 있었다. 학교생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교사들과 동급생들이 그를 도왔다. 담임을 맡겠다고 나선 교사가 있었고 고교 3년동안 짝이 되어준 고마운 친구도 있었다. 그 과정 곳곳에 부모의 땀과 눈물이 짙게 배어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박군의 합격은 박군 자신이 거둔 장애극복의 열매인 동시에 부모를 포함한 주변 이웃들이 함께 거둔 모두의 승리이기도 하다.

박군처럼 뇌성마비라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정상인과 같은 지능과 사고력을 보유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일반 사회로 진입하기에는 넘어야 할 벽이 너무 많다. 이들이 제일 먼저 겪게 되는 좌절이 바로 교육 문제다. 교육시설 제도 등 모든 것이 정상인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다수의 장애인들이 대학 진학은커녕 중학교 졸업 조차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들은 결국 사회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다.

박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장애인 스스로의 극복의지 만큼이나 이들을 포용하려는 정상인들의 배려가 중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대학입시에서는 장애인 합격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학들이 특별전형으로 장애인을 받아들이고 있고 박군처럼 장애인 스스로 각고의 노력으로 합격을 따내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들의 대학 입학 이후도 문제다. 장애인들이 제대로 수업을 받으려면 특수시설이나 기재들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장애인 문제는 더이상 장애인들에게만 떠맡겨서는 안된다. 사회 전체가 짐을 나눠 맡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 박군의 합격은 이제 우리에게도 얼마든지 그럴만한 힘과 가능성이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