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듣지못한 베토벤도 훌륭한 음악가가 될 수 있었잖아요.”
2000년도 숙명여대 기악과(피아노전공)에 특차합격한 김예지(金叡智·19)양은 두살때 눈을 다치면서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
어렵게 구한 점자악보를 손으로 읽어가며 10여년간 피아노를 연습한 노력 끝에 합격의 영광을 얻은 김양의 기쁨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음악만 나오면 즐거워하고 무슨 악기라도 익숙하게 다루던 김양은 초등학교 시절 부모를 졸라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딸이 피아노에 관심을 보이자 장애인이 음악을 익히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아는 부모는 다른 공부를 권유하며 만류했다. 피아노를 가르칠 선생님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 새 곡을 치고 싶어도 점자악보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른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도 음악을 향한 김양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피아노를 치고 있는 동안에는 어렸을 때 집 앞에서 썰매 타던 기억도, 정원에 서 있던 나무와 꽃의 기억도 되살아났어요.”
김양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체계적인 음악교습법이나 악보 등이 없어 공부하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장차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악교육에 헌신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