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근대사학자 가지무라 히데키(1935∼89)는 78년 ‘다케시마(竹島)〓독도문제란 무엇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독도에 관한 일본 문헌 17편과 한국 문헌 14편을 샅샅이 꿴 6만3000자 분량의 논문이다. 결론은 이렇다. “야마베 겐타로(일본 역사학자·1905∼77)가 이미 상세히 논한 것처럼 독도의 일본령 편입은 일본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제국주의 영토확장욕의 결과임이 명백하다.”
▽가지무라는 말했다. “영토주권의 기준 가운데 인지의 사실(어느 쪽이 먼저 그 존재를 알았느냐)에서 독도의 경우 한국이 일본보다 약 200년 앞선다. 실효적 경영의 사실(어느 쪽이 계속적으로 이용해왔느냐)에서도 독도가 한국에 속함을 부정할 수 없다. 일본측은 역사기술의 말살작전에 나서 세종실록지리지를 비판해왔으나 이는 문헌학적으로 헛된 사료 조작이다. 일본인이 잠시 울릉도를 드나든 것을 두고 ‘선조가 피땀 흘려 독도를 경영했다’고 하는 것은 범죄적이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한국이 대마도를 경영한 사실이 있으니 대마도를 한국령이라고 반론해도 이상할 게 없다. 일본정부는 1905년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이름붙여 시마네현에 처음 편입시켰다. 이는 그때까지는 일본령이 아니었음을 뜻한다.”
▽교토대 교수를 지낸 호리 가즈오는 87년 ‘일본의 다케시마 편입’이란 논문에서 “메이지유신 후인 1877년 일본 최고국가기관인 태정관은 울릉도와 독도가 일본영토가 아님을 선언했으며 이를 시마네현에 통보했다”고 기술했다. 일본 여성단체인 부인민주클럽은 3년전 “일본정부의 독도영유권 주장은 한국침략을 겨냥해 약탈을 거듭 선언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일본정부는 시마네현 일부 주민이 최근 독도로 호적을 옮겼음을 확인하면서 “다케시마는 일본영토이므로 막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한국정부그리고한국사람들이그렇게도 만만한가.
〈배인준 논설위원〉inj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