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선거자금이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것이 그동안의 통념이었다.
그러나 공화당의 예비후보 중 선두주자인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는 선거자금을 너무 많이 모아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고 미국 ABC방송이 27일 보도했다.
부시가 모은 돈은 역대 대통령후보의 모금액 중 가장 많은 6000만달러(약 680억원). 공화당의 조지 매케인 상원의원(900만달러)은 물론 민주당 앨 고어 부통령(2400만달러)의 모금액보다 훨씬 많다.
부시가 이렇게 거액을 모으자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누가 그렇게 많은 돈을 주느냐” “혹시 대가를 노리고 주는 돈 아니냐”는 의심이 나와 부시의 이미지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
부시가 초반에 정치자금을 독식하다시피하자 엘리자베스 돌 등 정치자금에 쪼들린 공화당 예비후보들이 잇따라 사퇴했다. 그러나 이것이 부시의 지지율을 올려주기보다 매케인을 확고한 2위로 만드는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고 ABC는 지적했다.
정치분석가 빌 슈나이더는 “부시는 돈만 믿고 초반에 TV토론에 불참한데다 예비선거가 처음 열리는 뉴햄프셔 선거운동을 소홀히 함으로써 많은 지지를 잃었다”고 꼬집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