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스피드 시대.’
올시즌 세계마라톤계를 한마디로 특징짓는 ‘키워드’는 ‘스피드’다.
지구력을 마라톤의 최고 조건으로 꼽았던 기존 통념을 완전히 무너뜨린 한해.
무너뜨릴 수 없는 ‘인간한계’라고 여겼던 2시간5분대에 진입한 선수가 등장했고 2시간6분대도 무려 8차례나 기록될 정도였다.
‘무한 스피드 경쟁’에 불을 당긴 대회는 10월17일 열린 암스테르담마라톤. 1위를 차지한 프레드 키프로프(케냐)를 포함, 무려 4명이 모두 2시간6분대의 기록으로 골인, 세계마라톤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톱랭커의 마라토너들도 아닌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무더기로 2시간6분대 기록을 수립하자 코스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암스테르담의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세계욱상계를 경악시킨 사건이 일어났다. 모로코의 칼리드 카누치가 인간의 마지막 한계라는 2시간5분대에 진입한 것.
카누치는 10월24일 시카고마라톤에서 심한 바람과 추운 날씨에도 호나우두 다 코스타(브라질)가 갖고 있던 2시간06분05초의 세계최고기록을 23초 앞당기는 2시간05분42초의 대기록을 세웠다. 이에 앞서 여자마라톤에서도 케냐의 로르페가 베를린에서 2시간20분43초의 세계최고기록을 세워 바야흐로 스피드 경쟁이 정점에 달했던 99시즌이었다.
한국에선 김이용(상무)이 4월 로테르담대회에서 한국 역대 2위인 2시간07분49초의 기록을 냈다.
이처럼 마라토너들의 스피드가 빨라진 이유는 갈수록 코스가 쉬워지기 때문. 주최측이 기록향상을 위해 언덕 등 난코스를 배제하고 대신 평탄하고 내리막 코스로 약간씩 조정하고 있어 지구력보다는 스피드를 갖춘 선수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아울러 케냐 등 아프리카의 강세는 올해도 여전했다. 올해 세계랭킹 10걸 중에 이노부시(일본)를 제외하고 9명이 포진해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