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가 지휘에 욕심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려고. 둘째 기성 지휘자들이 아무래도 마음에 차지 않아서.
폴란드의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치머만의 경우는 후자에 속한다.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2번을 일생동안 연주해온 그는 대지휘자들이 쇼팽의 참모습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고 불평한다.
두 피아노협주곡은 쇼팽 청년시절의 산물. 특히 관현악 구성에 있어서 서툰 면모가 드러난다고 음악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자처하는 치머만은 그의 관현악이 ‘훨씬 매력적으로’들리게 할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쇼팽이 너무나 ‘프랑스적’으로 왜곡돼왔다는 불평도 곁들인다.
치머만은 올해 쇼팽의 150주기를 맞아 자신이 생각하는 쇼팽의 참모습을 나타내보기로 결정했다. 오디션을 거쳐 60인조 오케스트라(폴란드 축제 관현악단)를 구성했고, 자신이 지휘와 피아노를 담당해 유럽 전역을 순회했다. 연주곡은 물론 쇼팽의 협주곡 1,2번.
최근 이들의 연주는 도이체 그라모폰사에 의해 CD로 발매됐다.
백독(百讀)이 불여일청(不如一聽),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치머만의 쇼팽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1번 1악장에서 관현악 반주부의 강약 억양과 분절이 혼자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처럼 분명한 색깔을 갖는다.
3악장의 구르는듯한 솔로부 리듬도 음표마다 전혀 새로운 색깔로 강조된다.
이 음반을 좋아할 수 있을까? 분명한 점은 호오(好惡)가 뚜렷이 갈리게 될 것이라는 것 뿐이다. ‘신선하고 명쾌하다’와 ‘너무 작위적이어서 찬성하기 어렵다’라는 의견이 틀림없이 엇갈릴 것이다. ‘문제적 쇼팽’이다.★★★☆(별5개 만점,☆〓★의 절반)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