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군필자가산점 위헌결정이 내려진 지 일주일째가 됐지만 이를 둘러싼 공방은 아직도 PC통신망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천리안과 하이텔 등의 토론코너에는 지금도 이 문제와 관련한 글들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분노의 기세’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뜨거운 이슈라도 2,3일만 지나면 다른 이슈로 대체되기 마련인 PC통신의 특성상 이같은 현상은 보기드문 ‘이상과열’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통신망에 글을 올린 남성네티즌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국가를 위해 바친 3년을 이제 누가 보상해줄 것이냐”며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징병제를 폐지하자”는 등의 극단적인 견해마저 등장한다.
일부는 여성계에 대해 심한 욕설을 퍼붓는 등 정도를 넘어선 감정을 표출하기도 하지만 대다수 남성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번 판결이 젊은 시절을 국가에 바친 군복무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마저 박탈했다는 폭넓은 ‘분노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남성들의 분노는 십분 이해할 만하다. ‘군대에서 보낸 3년’을 경험해보지 못한 그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제는 흥분을 좀 가라앉히자. 여성계에 대해 무차별 욕설과 분풀이를 하는 식의 남녀간 성대결로 치닫는 지금의 논쟁구도는 아무에게도 실익이 없다.
오히려 병역비리나 비인간적인 군대문화 등 군복무를 둘러싼 본질적인 문제가 묻혀지고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이자.
가산점이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로부터 애초 경쟁의 기회조차 박탈한다는 결정취지를 현실적으로 부인하기는 힘들다. 취업후 보상 등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면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방안’을 찾는 것도 대안일 수 있을 것이다.
박윤철〈사회부〉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