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인 테러 위협에 직면한 미국의 두 도시 시장이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누구의 결정이 옳은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미 시애틀의 폴 셸 시장은 5만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던 새천년 전야축하행사를 취소한다고 28일 전격 발표했다. 이유는 잠재적 테러위협이 있어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축하행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
최근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폭발물질을 밀반입하려다 체포된 테러용의자가 시애틀의 한 호텔에 투숙할 예정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시애틀에는 테러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셸 시장은 “시민들이 새천년 맞이 축제를 즐기려는 기분은 이해하지만 어떤 축제도 시민 한 명의 무고한 손실보다 값지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말부터 이달초까지 시애틀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개최되는 동안 무역자유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과격시위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2000만달러 상당의 재산피해가 나 치안유지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것도 셸 시장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뉴욕시의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은 200만명이 운집해 미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는 타임스 스퀘어의 새천년 맞이 전야행사를 예정대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줄리아니 시장은 28일 ABC방송에 출연, “1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온 행사를 취소할 만한 직접적 위협은 없다”면서 “시장이 아니라대통령도 절대적안전을보장할 수 없으며 인생에는항상 이 정도의 위험은 따르는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상반된 결정에 대해 시애틀 시장은 미국의 축제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테러범들의 전략에 놀아난 셈이라는 비판이, 뉴욕 시장은 내년 연방 상원선거에 출마할 예정이기 때문에 공공의 안전보다는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비난이 각각 일고 있다.
어떤 결정이 옳은지는 뉴욕시의 새천년 맞이 행사가 어떻게 끝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뉴욕시 행사가 사고 없이 끝났다고 해서 시애틀 시장을 겁쟁이라고 손가락질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