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금메달 꼭 따올게요.”
29일 오후 강원 원주시 행구동에 자리잡은 치매 노인 휴양소 상애원. 레슬링 자유형 54㎏급 국가대표 김우용(28·평창군청)이 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목욕시키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릴적 돌아가신 조부모님은 물론 장애인인 아버지와 중풍에 시달리는 어머니가 불현듯 눈에 어른거린 것.
“선수 생활이 힘들고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 수발도 제대로 못했었는데 이분들을 뵈니 부모님 생각이 나 가슴이 미어집니다.”
대표팀 맏형 김우용은 이날 오후 후배선수37명과함께 노인 120명을 목욕시키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오전엔 상애원 구석구석을 걸레질하는 대청소를 했고 세계선수권 포상금에서 비축한 300만원으로 산 의료품 등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우용 김인섭(26) 하태연(23·이상 삼성생명) 손상필(25·주택공사) 등 ‘한국 레슬링 간판 4인방’은 이날 함께 모여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올림픽금메달 소식을 반드시 전해드리겠다는 것.
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사상 처음으로 자유형 금메달을 목에 건 김우용은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는 각오로 세계의 벽을 넘겠다”고 다짐했다.
그레코로만형 58㎏급 김인섭과 69㎏급 손상필은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아시아경기대회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만 추가하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태릉선수촌에서 누구보다 성실한 훈련으로 ‘땀벌레’로 통하는 이들은 이날도 누구보다 앞장서 봉사활동에 전념했다.
올 세계선수권에 이어 지난달 열린 올림픽대표 1차선발전에서 다시 한 번 맞수 심권호를 눌러 간판 스타로 입지를 굳힌 54㎏급 하태연은 ‘매트 밖 단짝’ 심권호와 구슬땀을 흘렸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