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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수형/전문대 기죽이는 차별대우

입력 | 1999-12-29 20:23:00


이 사회에서 전문대학이 얼마나 차별대우받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주요 일간지에서 다루는 교육기사를 분석해 통계를 내보았다. 최근 6개월 동안 4년제 대학과 관련된 기사량과 160여개 전문대학의 그것을 비교해 보니 비교해 보는 시도조차도 무색할 정도로 4년제 대학 일색이었다. 언론매체가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늠해 볼 때 이러한 언론의 전문대학 차별은 우선 자식을 진학시키려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선택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걱정스럽다.

대학생 15만명 정도가 재수를 하는 원인은 그들이 애초에 원하지 않는 전공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자기 미래에 원하는 직업군에 대해 사색할 겨를도 없이 대학 서열화에 짓눌려 오로지 자기가 따낸 ‘성적에 맞는 대학’으로 몰려갔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전문대학은 4년제 대학과 고등학교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 교육기관이거나 4년제 대학의 하급학제가 아니다. 전문대학과 대학이 각각 다른 기능을 하면서도 경쟁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4년제 대학이 전문대학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누리는 특권을 줄여가야 한다. 예를 들면 언론이나 사회의 관심도 여기에 포함된다.

직업교육을 위해 피나는 자구 노력을 하는 전문대학과 실업계 고교 등 이 나라 직업교육기관들에 대한 언론과 국민의 잣대가 변해야 교육자원의 중복투자를 막고 학력 중심이 아닌 능력중심의 사회로 더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 실업계 고등학교와 전문대학의 연결고리마저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붕괴된 직업교육의 바탕이 매우 걱정스럽다.

언론을 포함해 이 사회를 주도하는 중심 세력이 체험한 교육의 공통분모 속에 직업교육이 없었고 혹은 너무 오랜 시간 직업교육이 우리 교육의 틀에서 방기되었다. 이런 이유로 직업교육에 대한 관심이나 중요성이 계속 외면 당한다면 이 나라 교육은 강고한 서열화의 틀에서 많은 학부모와 학생은 여전히 그 허상을 향해 고단한 발걸음을 옮겨야 할 것이다.

전문대학은 20여년 전 난립하는 직업교육기관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생긴 것이며 대학예비고사에서 탈락한 학생들의 사회 문제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설립된 것이다. 그러한 태생이 가져다 줄 수밖에 없었던 초기의 나약함과 정체성 부재를 극복하고 강도 높은 진통과 변화의 시간을 거쳐 많은 전문대학이 이제는 기존 입시 위주의 교육체계에서 숨막히는 ‘끼를 가진 학생’들을 흡수해 그들의 ‘끼’를 ‘기(技)’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더 이상 4년제의 하위 개념으로서의 전문대학 교육이 아니라 21세기에 도전할 경쟁력을 갖춘 전문 직업인을 키우며 고유의 영역을 당차게 일구어 내고 있는 전문대학 교육을 격려해 주는 노력이 절실하다. 20세기를 마감하는 이번 대학입시에서는 학생들의 선택 폭을 넓혀주어 21세기의 인적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 각계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이수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