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30대 회사원입니다.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오히려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자신의 행동이 마음에 안들면 강박적으로 새로운 계획 세우기에 집착하면서도 정작 결과는 늘 제자리 걸음이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같은 일을 반복하는 제자신이 싫고 화가 납니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서)
▼답 ▼
일종의 강박적 의식행위에 빠지신 게 아닌가 싶군요. 스스로도 무의식적으로는 그런 행동이 비합리적인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의 행동은 어느 한 순간 마치 무자르듯이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행동 생각 감정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것들이 차곡 차곡 쌓여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순간적인 행동도 사실 그 순간에 결정된 게 아니라 그런 과정을 통해 표현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새 사람이 되고 싶어합니다. 이는 순수하게 새 출발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지만 자기가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분노와 죄책감의 감정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 감정이 병적으로 심한 경우 질문하신 분처럼 강박적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사실 시간을 정해 놓고 어느 한순간부터 달라진다는 것이 불가능한데도 그것을 바란다면 마치 학생들이 글씨가 마음에 안든다고 계속해서 노트를 찢는 행동이나 비슷합니다. 사람의 행동은 서서히 변화합니다. 그 변화를 위해서는 먼저 과거 자신의 행동 중에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 다음 문제가 있다면 하나씩 고쳐나가려고 애쓰다 보면 언젠가는 꼭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양창순(양창순신경정신과 원장) www.mind―op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