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고서점 ‘통문관’ 주인 이겸노(李謙魯·90)옹이 환경단체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대표 정상명·鄭相明)이 주는 제4회 풀꽃상 주인공이 됐다.
올초 문화계 인사들이 모여 매 계절마다 특정한 꽃과 돌같은 자연물에게 상을 주자는 취지로 만든 풀꽃상은 자연을 지키기 위해 애쓴 사람이나 단체도 아울러 뽑아왔다. 이옹은 이번에 ‘인사동 골목길’과 함께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30일 오후 4시 통문관 앞에서 있었다.
이 단체 회원인 소설가 최성각(崔性珏·44)씨는 “큰길만 숭상되는 이 시대에 골목길은 한줄기 개울물 같은 것”이라며 “인사동 골목길에 대한 감사와 그 길을 지켜온 이옹에 대한 존경의 마음으로 상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옹은 우리나라 고서 시장의 산증인. 평안남도 용강에서 살다 16세때 부산을 거쳐 서울로 와 책방에 취직, 25세 되던해 ‘통문관’ 전신 ‘금항당’을열었다. 통문관은 6년전 아들에게 맡겨졌다가 지금은 손자가 운영하고 있다.
통문관 2층에 고서 고문서 전문박물관 ‘상암선방’을 만들고 아흔이 꽉찬 나이에도 고서전시회를 기획하는 이옹은 풀꽃상 수상소식을 듣고 원고지에 육필로 소감을 써서 보냈다.
‘떠꺼머리 총각때부터 오늘까지 인사동에서 살아왔고 금석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인간의 절보(絶寶)라 할 수 있는 책을 다뤄오며 간접적이나마 문화 발전에 기여했다는 칭찬으로 알겠다. 부끄럽지만 고맙다.’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