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만해도 저는 마르크시스트였습니다. 그후 아나키스트가 되었습니다. 아나키즘은 마르크시즘의 공백을 잘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아나키스트, 에코아나키스트 구승회 동국대교수(43·철학). 동국대 재학시절부터 독일 다름슈타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그의 관심사는 줄곧 마르크시즘이었다.
그는 독일 유학 때 독일인의 생활 속에서 아나키즘을 발견하곤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들에게 아나키즘은 삶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작은 단위에서 녹색정신을 실천해나가는 그런 공동체정신…. 아나키즘으로 한국의 환경문제를 설명하면 효과적일 거란 믿음을 갖게 됐지요.”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공백 속에서 그는 귀국 후 2년 동안 홀로 생태철학과 환경윤리학을 공부했다.
첫 결실이 95년 펴낸 ‘에코필로소피’. 이 때부터 그는 아니키스트, 에코아니키스트로 변신해 에코아나키즘을 새로운 문명의 대안으로 제시하기 시작했다.대구아나키즘연구회, 생태문화연구회를 만들고 다른 아나키스트들과 함께 ‘아나키 환경 공동체’를 펴내기도 했다.
“아직까지 제대로 실천에 옮기지 못해 아쉽지만 좀더 체계적인 이론 정립에 정진할 생각입니다. 에코아나키즘이 유토피아라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물론 아나키즘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연구 성과가 제대로 전파되지 않는 안타까움도 있다. 그러나 아나키즘을 연구하는 석박사과정의 학생이 늘고 있다. 특히 문학과 역사 분야에서 젊은 대학생들의 관심이 부쩍 커졌다고 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