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일식집 ‘배터지는 집’ 주인 문정복씨(45).
그는 “마라톤은 마약과 같다”고 말한다.“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
문씨가 마라톤을 시작한 것은 91년. 일과 술에 파묻힌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몸이 엉망이었다. 잦은 감기몸살로 병원문턱을 자기집 안방드나들듯 했고 손이 떨리는 알코올중독 증세까지 보였다.
‘이렇게 사는 건 사는 게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린 그는 집근처 한강둔치를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400m 트랙을 한바퀴만 돌아도 쓰러질 정도. 하지만 조금씩 거리를 늘려나갔고 경보식으로 천천히 달리다 스피드를 높이니까 재미가 붙었다. 3개월 정도 조깅을 하니 몸이 날아갈듯 가벼워졌다.
자신감을 얻은 문씨는 식당의 생선을 대는 노량진 수산시장까지 왕복으로 달리기를 했다. 이때 들인 버릇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요즘에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전 6시40분이면 간편한 조깅복으로 갈아입고 노량진으로 향한다.
물건을 주문한뒤엔 다시 압구정동의 식당까지 뜀박질.45분을 뛰는데 어떤 때는 생선을 주문해서 가게에 보낸 차보다 먼저 도착한다고 한다.
“차는 막히지만 사람은 막히지 않잖아요.”
몸에 딱 붙는 조깅복을 입고 물건을 주문하는 그를 보고 시장사람들은 처음에는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네’라는 눈초리를 였지만 이젠 “대단하다”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마라톤을 시작하곤 잔병치레도 싹 없어졌고 91년 68㎏이었던 체중도 53㎏으로 줄었다.
그뿐인가. 그는 마라톤때문에 돈 욕심도 없어졌단다. 그래서 ‘박리다매’를 생업의 목표로 삼았다.‘배터지는 집’이라는 상호도 사람들이 값싸게 좋은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다는 뜻에서 지었다.
마라톤 풀코스 100회 달리기 모임인 ‘백마회’의 회원인 문씨는 지금까지 42.195km 풀코스를 16차례나 완주한 베테랑. 최고기록은 3시간9분57초.96년 동아마라톤대회에 처음 참가, 28㎞지점에서 주저앉았지만 이듬해 동아마라톤에서는 3시간49분9초로 감격의 첫 완주를 기록했다.
국내마라톤 출전으론 성이 안차 호놀룰루(97년) 뉴욕(98년) 베이징(99년) 등 해외마라톤대회를 섭렵했다.
올 3월 서울을 관통하는 동아마라톤대회에도 출전할 예정이라는 그는 “국내에도 외국처럼 도심을 가로지르는 마라톤축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동아마라톤대회가 서울에서 열려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며 반가워한다.
문씨는 ‘마라톤 전도사’라는 별명처럼 “동아일보 독자여러분도 새천년에는 마라톤을 시작하세요.보약보다 더 좋아요”라는 말을 꼭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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