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기관마다 다르지만 98년초 40%대로, 한나라당에 비해 4배 이상 높았던 국민회의 지지율은 시간을 거듭할수록 떨어져 지난 연말연시를 전후해 실시한 일부 여론조사에선 한나라당에 추월당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해 12월14일부터 14일 간 실시한 중앙일보의 정당지지율 조사결과를 보면 정권교체 후 처음으로 한나라당(27.9%)이 국민회의(27.6%)를 앞질렀다. 그러나 비슷한 시점에 실시된 다른 여론조사에선 국민회의 지지율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나라당에 비해 1∼10% 앞섰다.
이처럼 ‘편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조사기법상의 차이에서 기인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조사기관마다 조사 문항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이는 한국일보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단순히 선호정당을 묻는 질문에선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의 지지율 차가 7.4%포인트였으나 “총선 때 어느 정당 후보를 찍겠느냐”는 질문에선 그 차가 0.6%포인트로 줄었다.
▼국민회의 “표결집력 자신”▼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전문가들은 한나라당 지지가 급격히 늘었다기 보다 그동안 내심을 숨기고 있던 한나라당 지지층이 총선이 다가오면서 속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한국 여론조사에선 응답자들이 여당에 유리하게 말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사실을 감안할 경우 이번 연말연시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회의로선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 정당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것은 현실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고 인정하면서 “그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지지층에게 위기감을 줘서 표결집력을 강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로선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는 반응. 그러면서도 여권 관계자들은 수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국민회의가 강세라는 사실에 희망을 걸고 있다. 경향신문 현대리서치 조사 결과 국민회의가 모태인 민주신당 지지율은 수도권이 21.8%로 전국 평균 20.3%보다 높은 반면 한나라당은 수도권이 16.6%로 전국평균 17.6%보다 오히려 낮게 나타났다는 것.
▼한나라 “실제투표는 앞설것”▼
○…반대로 한나라당으로선 수도권과 젊은층에서의 상대적 열세 때문에 걱정이다. 한 당직자는 “40대 중반 이하 세대는 정쟁은 무조건 싫어하는 반응”이라며 “이들을 포용하려면 정치투쟁을 지양하고 정책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러면 여당의 잘못을 지적하지 말란 얘기가 돼버려 이래저래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낙관 쪽. 국민회의와 지지율 차가 박빙으로 나타난 것 자체가 상황반전의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지역에 가서 바닥 여론을 들어보면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보다 국민회에 대한 비판론이 훨씬 많다”며 “최근 몇차례 수도권 보궐선거 결과가 보여주듯 실제 투표에선 한나라당 후보가 상당한 폭으로 앞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소정당―무소속 약진▼
○…연말연시 여론조사에서 또하나 주목할 대목은 군소정당 무소속 등 ‘무당파(無黨派)’의 강세 현상.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을 포함해 지지정당을 물은 경향신문。 여론조사에선 민주노동당 지지가 7%로, 원내 제3당인 자민련(5.6%)보다 오히려 높았고 무소속을 찍겠다는 의견도 9%에 달했다.중앙일보 조사에선 무소속 지지율이 무려 24.7%였다. 이 조사에선 또 최근 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홍사덕(洪思德)―장기표(張琪杓) 당’을 포함한 무소속 연합체가 나설 경우를 상정해서 물은 결과 정당지지율이 ‘무소속연합체’ 34.2%, 민주신당 23.8%, 한나라당 22.9%, 자민련 8.7%로 무소속 연합체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는 ‘제4의 정당’이 출현하면 이번 총선에서 의외의 돌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에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무응답층에게 “그래도 투표하러 간다면 어느 정당 후보를 찍겠느냐”고 재차 질문을 던져 판별분석한 결과에서도 ‘무소속후보’를 찍겠다고 한 층이 40∼50%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중앙일보 조사). 무응답층 판별분석에서 무소속 지지를 제외한 정당지지율은 국민회의 10.5% 대 한나라당 19%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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