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메달의 한, 우리가 씻는다.”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김성집이 첫 메달을 목에 건 이후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까지 한국은 총 126개의 올림픽 메달을 가져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펜싱과 사이클에선 참가에 의의만 뒀을 뿐이었다.
그래서 펜싱과 사이클 선수단은 올 시드니올림픽에서 ’주머니 속의 송곳’을 준비중이다.
바로 펜싱의 김영호(29·대전도시개발공사)와 사이클의 조호성(26·한국통신)이다.
지난해 서울 세계대회에서 남자 플뢰레 동메달의 주인공 김영호.설명이 필요없는 한국펜싱의 최고 검객이다.
김영호는 97년 남아공 세계대회 은메달,98년 월드컵 금메달에 오를 정도로 세계 정상급.특히 상대방의 칼위를 넘겨치면서 몸통을 찌르는 ‘쿠페’기술은 적수가 거의 없다.
김영호가 금메달 시상대에 오르기 위해선 그로비츠키 세르게이(우크라이나)의 벽을 넘어야 한다. 세르게이는 세계대회를 3연패,두번 연속 김영호의 손에서 금메달을 앗아간 최강자. 세르게이 뿐만 아니다. 98년 방콕아시아경기대회 플뢰레 결승에서 자신의 무릎을 꿇린 중국의 왕 하이빈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대다.
그러나 김영호는 승부욕이 강하고 스피드와 두뇌플레이에 능해 메달은 무난하리라는 평가.
특히 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8강에 오른 적이 있어 올림픽무대도 낯설지만은 않다.
그는 “스피드를 바탕으로 상대 의중을 꿰뚫고 상대의 빈 틈을 파고드는 공격이 잘 먹히면 숙원을 풀 수 있을 것”이라며 “약점인 막판 체력 저하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이클의 국내 1인자 조호성도 지난해말 특전사에서 극기훈련을 받으며 애틀랜타올림픽 40㎞ 포인트 7위에 그친 한을 시드니에서 풀겠다고 다짐한다.
조호성은 지난해 7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세계 기량을 연마했다.귀국한 요즘도 틈만 나면 인터넷에 접속, 과학적인 훈련 정보를 수집하기에 바쁘다.
그런 남다른 노력으로 방콕아시아경기 4000m 단체추발 우승 및 40㎞ 포인트 준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권을 벗어날 수 있었다. 87년 부천북중 1년 때 사이클을 처음 탄 조호성은 부천고 2년때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해 한때 사이클을 쳐다보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마약’같은 스피드의 매력이라니…. 결국 부상으로 집념이 더욱 강해진 조호성은 “이달 호주 시드니로 전지훈련을 떠나 분위기를 미리 파악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아직 자신의 종목에선 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올림픽 시상대. 김영호와 조호성은 선구자와도 같은 사명감으로 눈빛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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