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에도 꿀이 많네.”
“야, 달다.”
“누가 이 꿀 좀 받아줘.”
‘나비’가 된 아이들은 날갯짓을 하며 무대공간을 자유롭게 왔다갔다 했다. 연극이긴 하지만 줄거리도 대본도 없이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불쑥불쑥 했다. 지도교사인 길해연씨는 중간중간 끼어들어 아이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꾸며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각자 하고 싶은 말이 대본▼
“얘들아, 꿀을 발견하니까 기분이 어때?”
“지금 했던 말을 좀더 크게 해봐. 그럼 그게 대사가 되는 거야.”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어린이문화예술학교의 ‘연극놀이’반의 수업장면. 남녀 초등학생 14명이 15일 무대에 올릴 연극 ‘작은 세상 내 친구’를 연습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진짜 나비가 된 것처럼 얘기하고 몸짓을 하면서.
“공연의 완성도는 떨어질지 몰라도 아이들이 자기 성격대로 맘껏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워요. 잘 하는 애, 못 하는 애 따로 없이 하나하나가 최선을 다했다고 느끼고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죠.”
▼조별활동 통해 사회성 키워▼
길씨는 연극놀이 수업이 연기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전인교육임을 강조한다. 97년 문을 연 이래 종합예술인 연극을 통해 표현력 상상력 창의력을 기르는 것 못지않게 더불어 나누는 공동체험을 중시해 왔다. 아이들은 다양한 조별활동을 통해 남을 이해하는 법과 기다리는 법을 익혀나간다.
나뭇가지에 걸린 나비를 실감나게 연기하던 정희정양(운현초등 1학년)은 “다른 친구들과 같이 뭔가를 해보는 게 처음이라 좀 힘들었지만 지금은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주1회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은 택견 매트놀이 탈춤 등을 통한 몸풀기와 즉흥극 손인형극 몸짓놀이 등으로 구성된다. ‘연극을 하자’고 하면 아이들은 대부분 겁을 내지만 곰한테 잡혀먹지 않도록 숨죽이고 엎드리는 놀이부터 시작하면 재미있게 참여한다.
‘방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동생이 들어와 귀찮게 하면’ ‘내맘대로 할 수 있는 상상의 나라에 간다면’ 등의 주제로 즉흥극도 하고 흥부 놀부 같은 잘 알려진 이야기도 다른 줄거리로 꾸며본다.
▼초중생 연령별로 3개반 운영▼
프랑스 파리 제3대학 연극학과를 나온 김숙희대표를 비롯해 지도교사들은 다양한 연기 연출경험을 가진 전문가다. 초등학교 저학년반 고학년반 중학생반 각각 20명씩 활동중. 참가비는 월 8만원으로 현재 6기생(2000년 2∼7월)을 모집하고 있다.
교육연극 지도교사를 위한 제4회 워크숍도 26일∼2월1일 열린다. 참가비 8만원. 02―725―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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