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금고는 현금이 많이 쓰이던 옛날에나 사용했던 물건이라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가계소득이 높아갈수록 금고는 부유사회의 필수품이 됩니다. 어느 업종보다 성장성이 유망하죠”
19년째 금고를 만들어온 ㈜디플로매트의 장만영(57)사장은 “우리나라에도 1가정 1금고 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고 말한다.
고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장사장은 82년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던 ‘금고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하고는 디플로매트를 설립했다.
창업 이후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을 주로 공략해온 디플로매트는 그동안 세계 60여개국에 10만여대의 금고를 수출했다. 작년에도 생산량의 90% 이상을 해외시장에 내다팔았다.
“금고를 막 수출하기 시작할 때는 ‘무건운 금고를 어떻게 수출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죠.”
수출을 주로 하다 보니 국내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디플로매트란 이름이 상당히 알려져 있다고 장사장은 자부한다. 디플로매트는 기술력을 국제적인 심사기관들로부터 공인받았다.
“해외출장길에 들른 외국 업체들 사무실 안에 들어갔을 때 우리 디플로매트 금고가 놓여진 걸 간혹 보면 출장길의 피로가 싹 가십니다”
금고를 만드는 기술력의 기준은 주로 내화성으로 측정한다. 화재가 났을 때 금고 안의 내용물을 초고온 속에서 본래의 상태대로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
디플로매트는 유럽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스웨덴 국립시험연구소의 내화테스트에 합격, P마크를 획득했다. 96년에는 선진 품질 경영시스템인 ISO 9001 인증도 획득했다. 미국의 공업 규격인 UL도 테스트를 받고 있는 중.
84년 국내 최초로 KS마크를 획득할 때는 그 때까지 금고에 일정한 규격 기준이 없어 공업진흥청이 부랴부랴 기준을 마련하기도 했다.
“건물에 화재가 나면 내부 온도가 1000도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이때 금고의 내부 온도를 주요 보관물인 종이의 성질이 변질되지 않는 최고치인 180도 미만으로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을 테스트하는 겁니다”
디플로매트는 소형 금고는 1시간, 중형 이상은 90분 이상으로 늘려 국제기준에 맞췄다.
최근에는 중국산 저가품이 기승을 부리면서 금고업계도 해외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 작년에는 환율까지 급등해 어려움을 많이 겪기도 했다.
“가격싸움이 힘겹기는 하지만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겠습니다”
현재 디플로매트가 쓰고 있는 연구개발 투자비는 매출액의 10% 수준. 작년말에는 이같은 기술투자의 성과로 금고부착용 경보장치를 새로 개발하기도 했다.
장사장은 “성능좋은 금고를 세계 시장에 내다팔면 회사 이름처럼 ‘민간 외교관(디플로매트)’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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