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프로야구 이사회. 숙연한 분위기에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이날은 법정관리중인 쌍방울 레이더스의 매각 문제가 새 천년들어 처음으로 도마위에 오른 날.
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KBO)총재와 나머지 7개구단 사장단의 입장은 예상대로 강경했다.쌍방울이 전날 제출한 △ 매각대금 240억원 △선수 및 직원의 고용과 계약관계 승계 △매각때까지 KBO가 운영자금을 대여하라는 3가지 구단매각 의뢰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이날 KBO는 쌍방울측에 수정안을 7일까지 공문서로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KBO는 만약 쌍방울이 마감시한까지 수정안을 내놓지 않거나 납득할 만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12일 이사회에서 법정퇴출시키는 극약처방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주)쌍방울개발의 채권단이나 법원의 입장에서는 KBO에 무조건적인 구단매각 위임을 하기는 사실상 힘든 상황. 사유재산 침해라는 위헌의 소지도 있다.
결국 KBO가 쌍방울에 최대한 기회를 주고 수정안 제출을 요구한 뒤 규약에 따라 퇴출 수순을 밟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줄달음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뜻있는 야구관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프로야구는 82년 출범후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쌍방울이 공중분해될 경우 존립의 위기에 까지 몰리게 되기 때문.
원매자가 나타나거나 신생구단이 창단되는 수순을 밟더라도 촉박한 일정상 자칫하면 7개구단으로 올시즌을 운영해야 할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박용오총재는 “2월중순까지만 쌍방울 문제가 원만하게 처리된다면 시즌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여유를 두고 있긴 하다. 모쪼록 KBO와 쌍방울이 함께 머리를 모아 출범후 최대 위기에 몰린 프로야구의 회생을 위해 매진해야 할 것이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