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이 꼭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지난해 세밑부터 사전선거운동이 고개를 들더니 해가 바뀌자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지면서 벌써부터 혼탁해지는 느낌이다. 과거의 총선 때와 달리 이번에는 특히 사이버공간을 이용한 편법적 선거운동이 선거분위기를 더욱 오염시키고 있다는 보도다.
공명선거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후보와 유권자 모두가 달라져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와 함께 중요한 것은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 경찰의 철저한 선거사범 적발이다. 그리고 법원의 엄정하고도 신속한 응징과 당선자자격 박탈이 아닐 수 없다. 지난날 우리는 선거사범 수사와 재판과정이 쓸데없이 늦어져 유죄판결을 내리면서도 실효성이 없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다. 바로 그 점이 ‘어떻게 해서든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선거풍토를 키우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던가. 이제 그런 시대는 마감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1년간 선거사범 재판에 직접 관여했던 어느 현직판사의 제언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의 주장은 요컨대 선거사범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고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선거법 규정을 탓하기에 앞서 우선 법원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에 잘 나오지 않는 정치인들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는 재판부의 잘못이 더욱 크다고 해야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강제구인이나 궐석재판 등 법이 부여하고 있는 재판부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은 솜방망이로 다룬다’는 비난을 더 이상 받아서는 안된다.
이 판사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야 당선을 무효로 하는 현행법을 ‘벌금형 이상의 형’으로 고쳐 당선무효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벌금 80만∼90만원을 선고해 선거법위반 당선자를 구제해주는 파행적 재판이 적지않은 점을 고려할 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당선무효 여부가 걸린 사건은 예외적으로 지방법원이 아닌 고등법원에서 1심재판을 하도록 해 2심제로 단축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선거법을 위반해 당선된 사람은 반드시, 신속히 자격을 박탈해야 다음 선거의 공명성을 확보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선거법위반 피의자의 경우 1심 6개월, 2심과 3심 각 3개월로 돼 있는 재판기간을 단축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심급마다 100일로 돼 있어 선거재판을 ‘백일재판’ 이라고 부른다.
이 판사의 제언내용은 국회의 선거법 개정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선거의 공정성 담보는 상당부분 법원이 선거사범을 엄격하게 다루느냐, 관대하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