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근(男根)’ 형태의 돌이나 나무를 숭배하는 것은 풍요와 번성을 바라는 오래된 민간신앙.특히 남근목을 깎아 제물로 바치는 풍어제(豊漁祭)는 지금도 동해나 서해의 바닷가 마을에 남아있다.이렇듯 남근과 남성을 숭상하는 풍속의 이면에는 여성의 수난사가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한국연극배우협회 소속 30대 연극인들의 모임 ‘예삶’의 창단공연 ‘홍어’는 남근목에 얽힌 바닷가의 슬픈 전설을 무대에 올린 작품.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연어는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등 서민적 향취가 물씬 풍기는 리얼리즘 희곡을 써온 작가 김태수의 신작이다. 7일∼2월27일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작품의 배경은 서해바다의 한 마을.풍어제의 당주로 뽑힌 형욱은 소꼽친구였던 영선을 신당 앞에서 범하고 만다. 출어한 배가 돌풍을 만나 선원들이 모두 죽는 참사를 겪자 당제에 부정이 탔다며 사람들이 술렁댄다. 결국 피해자이면서도 모함을 받게 된 영선은 바다로 뛰어들고 그의 넋을 기리는 영혼결혼식이 올려진다.
KBS 대하드라마 ‘왕과 비’에서 성종으로 나오고 있는 이진우가 주연을 맡고, 극단 실험극장 출신의 연출가 송기숙이 연출했다.‘예삶’ 측은 매주 목요일 오후 4시 공연은 불우 장애인을 위한 자선공연으로 펼친다.02-764-5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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